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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부
1973년 제45회, 1975년 제47회 오스카상
by
알토
Aug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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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6월의 무더위로 모두가 몸살을 앓던 지난주, 난 대부의 남자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할리우드의
괴팍한 바람둥이 말론 브란도, 어느 영화에 붙여놓아도 강인함의 대명사가 되고야 마는 로버트 드니로, 그리고 가슴을 꿰뚫어버릴 듯 깊은 눈을 지글대는
알 파치노...
거부할 수 없는 그
세 남자의 카리스마에 녹아버린 시간들.
오스카상 역주행
때문에 다시 보게 된 대부 l ll
lll는 한 편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다음 편에 손이 가는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며칠 동안을 진한 커피 손에 들고 범죄영화의 전설을 맘껏 즐기게 했다.
마피아를 미화할 염려가 있다는 사회적인 비판이나 마피아 조직들의 압력 때문에 마피아 대신 패밀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뒷이야기 따위는
그냥 무시해 버릴 만큼의 감동.
대부는
어찌 되었든 영화사에 영원히 기록될 명작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수많은 명장면과 명연기를 보면서도 왜 난 자꾸 케이트라는 한 여자를 생각하는 걸까. 알 파치노의 아내.
함께 대학을 다니며 가장 아름다왔던 시절에 마이클이 사랑했던 여자.
자꾸 케이트의 시각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 이게 내 병이다ㅋ
사랑하는 남자가
알고 보니 마피아 대부의 아들. 하지만 패밀리의 사업에는 관심 없이 순수하던 전쟁영웅 마이클이 어느 날 아버지 말론 브란도의 복수로 상대 마피아와 경찰을 죽이고는 조직의 비호아래 소리 없이 케이의 눈앞에서 사라진다. 한순간에 잠수를 탄 연인.
전화도 편지도 나눌 수 없는 사이가
된 채 1년이 지난다. 그러다 들려오는 소식이 시실리 여자와 결혼을 했다고... 기가 막힘.
사랑했던 남자를 마음에서 지워가는 케이의 하루하루가 어땠을까 상상이 안된다.
그렇게 다시 1년이 지난 어느 날 불쑥 나타난 남자가 고독에 절어빠진 눈으로 말한다.
I need you...
이런 말 조심해야 하는데ㅠ
I need you...
결국 케이는 마피아 대부의 아내가 된다. 바보.
하지만.
결혼생활 내내 반복되는 마피아 조직 간의 복수와 전쟁으로 급기야 케이와 아이들의 침실에까지 기관총이 난사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사랑하는 남편은 점점 냉정한 대부, 두려운 존재로 변해간다.
내 아이들을 이렇게 살아가게 할 수는
없어... 케이는 절대 변할 수 없는 마이클의 곁을 떠나고.
대부 lll... 실제로 15년 후 알 파치노도 희끗희끗 나이를 먹은 뒤 촬영한...
누군가 그런 말을 하기도 했다. 대부는 l ll로
끝내야 했다고.
그러나 절대 아니었다.
마피아의 복수와 피로 얼룩진 대부의 역사가 그렇게 피범벅인 채로 마무리된다면 그것처럼 허무하고 부질없는 영화가 어디 있겠는가.
비록 오스카상은
못 받았지만
대부의 품격을 더욱 높여준
대부 lll.
특히 알 파치노...
l부에서 젊은 시절 순진한 대학생이었던 알 파치노가
ll 부를 통해 가슴을 꿰뚫을 것 같은 깊은 눈매로 조직의 냉혹한 보스를 연기하다가, lll부에서는 총탄에 딸을 잃고 오열하는 비통한 아비로, 세월이 지나 쓸쓸히 죽어가는 한 인간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무너뜨린다.
그런
게 바로 카리스마지!
그리고 음악.
후반부에 이르러 배신자에 대한 응징과 암살자와의 대결 등이
긴장감 있게 펼쳐질 때 흐르던 음악. 마피아의 본고장인 시실리가
오페라 무대의 배경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서정적인 음악들은 인생의 덧없음을 보여준 마지막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음악감독 엔니오 모리꼬네의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준 음악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마당, 작은 의자에 몸을 의지하고 있던 마이클은 애절하게 흐르는 음악과 함께
마지막 기억의 여행을 한다.
시실리에서 사랑을 나눈 아폴로니아와의 댄스,
사랑하는 아내 케이와의 댄스,
마이클 대신 총을 맞은 딸 메리와의 댄스.
목숨보다 소중했던 딸의 죽음 앞에서 숨이
멎었나 싶을 정도로 정지되었다 토해내던 비통한 오열 앞에선 나도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거기엔 막강한 권력을 지닌 마피아도, 절대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의 대부도 아닌 총탄에 쓰러진 딸을 안고 오열하는 한 아비만이 존재했기에.
언제 다시 봐도 좋은 영화.
대부는
명작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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