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취미
나의 오래된 취미 중 하나는 정처 없이 걸으며 간판을 읽는 일이다.
그 행위의 목적을 묻는다면 설명이 길어질 수 있겠지만 나름의 확실한 이유가 있다.
간판의 디자인과 상호명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그것이 자영업자들 포트폴리오의 첫 장이자 그들의 가치관과 행동습관까지도 엿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을 일부러 내서 걷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이동을 운전으로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러다 문득 한창 많이 걸었고, 걷는 걸 좋아했던 수해 전의 나의 짧은 글귀를 발견했다.
걷는 게 좋아서 차를 살 이유를 못 찾았었는데, 차를 사고 음악을 크게 틀고 에어컨 빵빵한 그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자유를 느끼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랐던 거지.
그래도 나는 새벽 두 시 이마가 땀방울로 반짝거리고 셔츠를 펄럭펄럭 등줄기의 열기를 식혀가며 걸어서 건넌 동호대교, 시답잖은 우리들만의 유행어가 오가며 킥킥 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한밤의 을지로를 채웠다.
가운데 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들고는 ‘애지중지’하다며 낄낄거리는 모습이 정상 같지 않았다.
그런 우리의 정상적이지 않은 비주류 농담이 좋았다.
삼만보를 떠들며 걸었지만 할 말이 남았었다.
잠이 든 줄도 모르고 잠들었고 옆집 사람들에겐 인테리어 공사라도 하는 듯 요란하게 코를 골며 아침까지 눈을 못 떴다.
이때의 나보다 지금의 나는 러닝과 하체운동을 많이 한 덕분에 근성장 된 하체를 가지게 되었지만
낭만손실이 왔다.
잊을 만하면 느끼는 공허의 출처가 이런 곳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