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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리 Mar 05. 2020

푸드 릴레이

누구도 버려지지 않도록 소외받지 않도록

자취 경력 10여년, 봄동을 처음 샀다. 


그런데 봄동 한 단이라고 해야 할까 한 봉지라고 해야 할까. 네이버 지식백과를 검색해보니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채소 중 하나란다. 이렇게 알게 된 이상 내년 봄에도  가장 먼저 사 먹어야겠다. 지난주 산 봄동으로 겉절이, 된장찌개를 해 먹어도 1인 가구 식탁에선 쉽게 줄지 않는다. 드디어 된장찌개가 바닥을 보일 찰나 두부 한 모를 산다. 두부 사분의 일과 간수를 넣고 다시 끓이면 마지막 1인분이 완성된다. 남은 두부 반모의 반는 계란물에 묻혀 들기름에 부친다. 볶아놓은 신김치와 같이 먹으면 두부김치까지 해결. 혼자 먹어도 언제나 계란은 넉넉하게 두 개. 마지막 사분의 일 조각은 어제 먹고 남은 채소와 가벼운 샐러드 한 끼가 되어 오늘 저녁 식탁에 오를 예정이다. 이리하여 봄동에서 두부까지 이어지는 푸드 릴레이가 계속되는데 밥솥에서 56시간 꾸역 구역 버티다 나온 생기를 잃은 마지막 현미콩밥 한 공기는 소생법을 영 모르겠다(보통은 냉동실로 가거나 볶음밥이 되어 다시 냉동실로 간다.). 


어찌 되었든 오늘도 마지막 밥 한공기, 된장찌개, 두부 한 모, 볶아 놓은 신김치까지 한번에 처리하면서 주연: 봄동 특별출연: 두부의 일주일 릴레이가 건강하게 막을 내렸다.


재택근무 자가격리 이왕이면 즐겁게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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