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친구는 가끔 산책하다 내게 전활 건다.
이 전화는 꼭 받는다. 오늘 날씨, 사는 얘기, 오늘 뭐 먹었는지 저녁은 뭐 먹을 건 지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는 게 좋다. 같이 산책하는 느낌도 나고. 용건이 있어서 하는 전화가 아니라 그냥 심심해서 이유 없이 문득 생각나서 거는, 받는 전화라서 좋다.
아 오늘 메뉴, 친구 배 속에 아기, 함께 재택근무 중인 강아지 이야기, 새로 산 무쇠팬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 이러니 정말 자기가 주부같다는 그런 이야기는 다 했는데 정작 친구 남편 얘기는 안 했다. 남편이 없는 나에 대한 친구의 배려인가? 혹 친구에게 남편이 생기기 전 우리만 존재했던 과거의 아련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