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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리 Aug 13. 2021

대한민국 '혼자' 어디까지 가봤니 <2>

서울 안 개구리의뚜벅여행기

여행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표 예매 숙소 선정 목적지까지로의 여정 혹은 목적기 도착?

이번 여행 내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의문이었다. 여행의 시작은 무엇일까. 또 그 끝은? 


아침 7am. 늦잠까지 자면 좋으련만 도시의 아침이 주는 선물을 누리라는 하늘의 뜻인지 일찍 눈을 떴다. 일어나서 오늘은 어디를 가야 하나 찾아본다. 예정 없는 여행. 여수를 갈까? 곡성에 갈까? 그렇게 어플을 보다 닫다 하다 순천에 더 머물기로 한다. 하루만 스치기엔 이 도시의 매력은 끝이 없다.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아침을 먹으러 거리로 나왔다. 


아침 커피 한 모금. 한 번의 쉼. 떠날까 머물까 생각하는 시간이 매우 귀해요.



오늘도 덥다. 상다리 부러지는 한정식은 보통 2인 이상 주문을 받기 때문에 이번 여행의 난제는 1인 식사가 가능한 곳을 찾는 것이다. 주로 국수, 국밥, 탕 류처럼 한 그릇, 한 사발에 나오는 음식이 가능 범위였고 이왕 여기까지 온 만큼 생소한 음식을 먹고 싶어 짱뚱어탕으로 아침을 정했다. 


"옥수수랑 주전부리는 제가 다 못 먹을 것 같아요."..." 싸가요~"




어제 하루 종일 마신 맥주의 여운을 시원하게 내려주는 맛이었다. 인심도 좋았다. 물론 과연 이 안에 진짜 짱뚱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서도... 워낙 국물이 시원해 기분 좋게 그릇을 비웠다. 마침 습지가 가까워 한 바퀴 돌며 소화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날씨에 습지는 정말이지 무모한 도전이지만 밥도 먹었겠다, 습지는 근처고 습지와 국제정원 티켓이 원데이 티켓으로 묶여 있으니 그래 가보자. 


습지의 절정은 가을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순천만의 자랑은 무한한 갈대밭 아닌가. 그러나 여름의 습지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특히 뻘에서 기어가는 짱뚱어와 칠게의 움직임을 멍~ 하니 바라보니 땀을 뻘뻘 흘리며 누리는 '뻘 멍'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뻘 멍



아침은 평소에 즐겨 먹지 않는 탕류로 정했으니 점심은 평소에 즐겨 먹는 음식 중 이 지역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곳에 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정한 콩국수. 이번 여름은 정말이지 콩국수에 미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콩국수를 봄부터 주기적으로 먹었다. 순천의 콩국수는 어떤 맛일까. 우선 혼자 와도 적지 않게 내주시는 깍두기 양을 보니 후한 인심은 순천의 매력이 아닐 수가 없다. 가격도 착하다. 한 그릇에 7000원. 고소한 콩국물에 미각이 호강한다. 



깍두기 = 인심




동네 서점에 들러 맘에 드는 책도 한 권 산다. 약간의? 활자 중독이 있어 자꾸 무언가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사고 싶은 책이 4~5권이었지만 그 모든 짐을 감당할 수 없다면 과감히 정해야 한다. 순천에 와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사투리의 '미'가 깃든 책 한 권을 골랐다.


요즘은 동네 서점이 많이 생겼어요. 잠시 쉬어가라고.




셔츠와 에코백 그리고 일기장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저녁엔 국제정원을 한 바퀴 돌았다. 






귀여운데 짠하네요. 사실 숲으로 풀어주고 싶어요.



드러누우면 이런 하늘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 오늘 일정에서 빠진 한 가지를 채우기로 했다. 바로 술. 이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위스키가 어디에 있을까 검색하다 눈에 들어온 바에 들어가 마티니를 한 잔 마셨다. 도수가 센 마티니의 매력은 후딱 마시고 마지막에 먹는 올리브가 아닐까. 오늘도 땀 흘리고 열심히 먹고 술 한잔도 했으니 푹 잘 수 있겠다. 감사한 밤이다. 


자기 전 한 잔. 으른이 된 기분이네요.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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