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은 지나가고 기록은 남는다.
# 바다다
운동하러 나왔다 시간이 조금 남아 산책을 한다. 나는 아침 바다를 가장 좋아한다. 계절은 상관없다. 어제는 태풍이 지나갔고 오늘 파도가 잔잔하니 윤슬에 눈이 부신다.
돌이켜 보니 참 좋은 곳에서 나고 자랐다.
# 6am 밭에서
시골 밭은 무한하다. 땅이 비옥해서일까 여름바다 주렁주렁 탐스러운 열매가 열리고 봄에는 꽃이 만개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계셨을 때 농사에 대해 조금 배워둘 걸 이제야 후회를 한다. 그땐 몰랐던 것들. 그걸 알기까지 10년이 흘러야 하니 인생 값이다.
밭에서 발견하는 개구리, 지렁이, 거미는 볼 때마다 놀랍다. 사실 불청객은 나일 텐데.
# 시골 밥상
매일 엄마 밥을 먹을 땐 몰랐다. 이게 얼마나 맛있고 값진 식사인지를.
그러다 서울로 대학을 왔고 선배들이 극찬한 고등어조림 집에 가서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엥? 엄마가 한 맛이랑 똑같은데 혹은 엄마가 더 맛있게 하거나. 그래서 깨쳤다. 정말 귀한 밥이 나를 살리는 자양분이었구나 하고.
그렇게 성장한 딸은 해외를 국내를 혼자 여행하며 각 지역에 맛있는 현지 식당 혹은 값비싼 파인 다이닝을 먹으며 다시 깨닫는다. 엄마가 무친 나물이 더 맛있는데, 엄마가 한 조림을 한 조각씩 내놓으면 그게 파인 다이닝일 텐데... 게다가 엄마 요리는 언제나 주재료가 주재료다! 하고 넉넉하게 버무려져 있다. 나는 매끼 10만 원이 훌쩍 넘는 최고급 요리를 먹고 자랐구나.
# 시골 장날
시골 장날은 일정한 루틴이 있다. 시장표 도나츠 가게에서 꽈배기와 찹쌀 도나츠를 한 봉지 사고 할머니들이 빚은 시골 떡을 산다. 겨울엔 지나가다 어묵꼬치를 몇 개 먹고 여름에 목이 마르면 식혜를 한 잔 사 마신다. 가끔은 닭강정 같은 주전부리도 산다. 물론 정선에서 온 더덕이 필수 품목이다. 엄마의 더덕구이는 나의 최고급 반찬이다.
# 건강한 간식
강원도의 정체성 할머니 밭에서 나오는 옥수수. 샤워하고 선풍기 앞에서 뜨거운 옥수수를 먹으며 아 여름이구나 한다.
# 잔잔한 산책
혼자 하는 산책도 귀하다. 좋아하는 동네 서점에서 매 번 휴가 때마다 책을 한 두권 사서 읽고 집에 두고 온다. 조용한 카페도 많이 생겨서 하나씩 가보는 재미가 있다. 고양이는 낯가림이 없고 소이 라테는 맛있고 소소한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바다와 연결된 호수는 좋은 산책길이다. 언제나 잔잔하기에 보는 내내 나도 차분해진다. 눈이 오면 얼마나 예쁠까.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엔 녹음과 매미 떼의 합창. 가을엔 바람이 솔솔 불어 겨울에 눈이 오면 또 얼마나 예쁠까.
# 그리고 어느 저녁
태풍이 지나간 자리 하늘색이 예술이다. 자연은 무한하고 무해하다.
마무리는 어떻게 하죠...?
집콕 휴가를 달래며 시골 사진 같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