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2021년 11월. 칠레 여름에 도착해 가을에 머물러 겨울을 향한다. 일도 생활도 슬슬 적응해가니 본능적으로 넥스트레벨을 생각한다. 한국엔 언제 돌아갈까. 한국에 가면 무엇을 하며 나를 먹여 살릴까. 만약 한국을 안 가면 다른 나라를 가볼까. 지금은 경력을 쌓는 중이니까 더 좋은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하나.
그러다 매 순간 다음을 위해 살았던 것만 같은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철부지 10대는 입시를 위해, 서울에 가고 싶어서 귀한 시간을 흘러 보냈다. 싱그러운 20대는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 그렇게 오늘보단 내일을 위해 살았다. 물론 20대 연애는 지지고 볶고 싸워도 앞으로가 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 삼으며 사랑에 빠졌다. 연애든 취업이든 시행착오해도 괜찮은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런데 30대가 되어도 웬 걸, 원하는 직업을 얻고도 결국 또 다시 경력을 쌓기 위해 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힘들어도 지쳐도 버텨서 경력 쌓아 이직해야지, 다른 직장 가야지, 다른 업을 삼아볼까 하며 그렇게 자꾸만 다음단계에 초점을 두고 사는 나와 마주했다. 현재라는 순간과 나에게 머물지 못하고 항상 다음을 위해 나중을 생각하며 사는 삶은 결코 단단하게 갈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하며, 행동과 생각의 변화가 절실해졌다.
그래서 다시 현재에 머무는 연습을 제대로 해보려 한다. 일할땐 전문가처럼 일을 하고 밥 먹을 때 행복하게 음미하고, 걸을 땐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그렇게 순간 순간에 머무는 삶을 다시 살아보고 싶어졌다. 삶의 원동력을 현재에 머물기로 설정하고, 더 이상 다음을 위해 완성 후를 위해 기다리며 사는 삶이 아닌 오늘, 지금, 여기, 현재에 충실한 삶...
2022년 5월 5일 칠레에서 생일을 맞이하며 내가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