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갔다고 해서 혼자 마시는 건 아니다.
북적거리는 바에서 정신없이 먹는 모스카토
점원에게 물어보는 오늘의 추천 메뉴
옆 사람과 이어지는 짧은 대화
마주치는 눈 한 번에 부딪히는 술잔
혼자 갔다고 해서 혼자 마시는 건 아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술맛을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가도 술맛을 아는 지금이 좋기도 하다. 술을 함께 나누는 이와 첫 '짠'을 하며 마시는 한 잔. 이야기와 밤이 깊어지는 순간 알딸딸한 알콜이 머리를 맴돌 때 한 잔. 핸드폰으로 시간 확인하며 남은 안주 한 입에 먹는 마지막 한 잔. 그리고 이 모든 한 잔 사이에서 오고 가는 수많은 술잔.
여름에 야외에서 마시는 생맥주 한 잔에 치킨
비 오는 날 빗소리와 마시는 막걸리에 잔치국수
눈 오면 따뜻한 뱅쇼에 생크림 케이크
좋아하는 원피스 입고 마신 진토닉에 올리브
스트레스 쌓인 날 매운 주꾸미에 소맥
좋아하는 사람과 먹던 하이볼에 닭꼬치
샤워하고 마시는 남은 와인 한 잔에 고요함
지나고 보니 요리에 어울리는 술을 마신 게 아니라 술에 어울리는 요리를 먹고 있었다. 치킨에 맥주 한 잔이 고팠던 게 아니라 아주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치킨을 곁들인 게 아니었을까. 오늘도 안주는 거들뿐, 술이 술술 들어간다. 아 술은 왜 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