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고 단조로운 삶
5월, 새로운 일상이 시작됐다.
다시 출퇴근하기 시작하면서 저녁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6년 차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일을 경험해 왔다. 외국어 강의, 통역, 번역, 정부기관 근무 등 직업활동에서 나를 지칭하는 여러 직책과 호칭 변화를 돌이켜 보며 향후 나의 커리어와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산다는 것은 결국 생존에 대한 문제였고 인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일해야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매일 노동해야 살아갈 수 있는 한번뿐인 인생에서 과연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의미가 있을까, 퇴근길 버스에서 생각에 잠긴다.
인간의 생애를 3단계로 나눈다면, 지금 나는 초년기를 지나 중년기에 접어들고 있다. 노년기는 오로지 건강과의 사투일 테니, 내가 나의 능력과 내 의지로 내 삶을 살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초년기는 부모의 보호와 입시 및 취업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앞에 높인 과제를 하나씩 달성해야 하는 시기였다. 이제는 나름의 적성을 찾고 직장을 구해 내 삶을 살아가는, 나의 의지가 가장 많이 반영되는 소중한 시기이기에 매일 반복되는 이 일상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무엇보다도 이번에 내가 선택한 직장은 워라밸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제 내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다시금 인지하게 된다. 고소득과 워라밸은 양립 불가하다. 커리어우먼과 저녁 있는 삶 또한 함께 갈 수 없다. 적게 버는 대신 해가 떠있는 시간이 퇴근하며 계절의 여왕인 장미를 볼 수 있는 삶. 나는 이렇게 세상과 타협하며 나의 오늘을 더욱더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