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통한 성장
카테고리 : 피플
이름 : 아네싸
인스타그램 : @the.anessadragqueen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아직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보통의 기준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에, 그 ‘다름’으로 인해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하기에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평범하게 살아라’
우리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같습니다. 평범한 꿈, 평범한 일, 평범한 노년. 편안하고 무탈한 인생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 하는 말이겠지만, 그 평범함이란 단어에 우리 자신의 모습을 더 꽁꽁 감싸고 있진 않나요?
제가 만난 드랙퀸 ‘아네싸’는 평일에는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드랙퀸이라는 또 다른 그녀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 다양한 드랙퀸들이 미디어를 타고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하는 그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모습에 예전과 다른 변화를 느낍니다. 숨기기 급급했던, 떳떳한 직장조차 가질 수 없었던 그들의 상황 속에서 나타난 성공 케이스로 드랙퀸, 트렌스젠더로써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이 그들이 속한 사회의 성장이 아닌, 단순히 개인의 성공과 희극으로써 소비되가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그렇기에 그런 다양한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아네싸’라는 ‘한 사람’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삶’에서 ‘꾸준한 자기 표현’을 보여주는 그녀의 ‘일관성’ 을 통해 내가 달라지고, 변화하고 나아가 우리가 속한 사회가 성장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LGBTG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쉽지 않은 삶, 진즉 포기할 수 있음에도 수 년째 ‘꾸준함’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달라질 수 있길 기대하며 그를, 그녀를 만나보겠습니다.
Q01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태원에서 9년동안 드랙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드랙퀸 ‘아네싸’라고 합니다.
Q02 드랙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없어진 쇼라운지바인 ‘르퀸’이라는 곳에서 처음 드랙을 제안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드랙빠, 클럽.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공간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별개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었지만, ;르퀸’이라는 곳은 클럽과 쇼라운지를 한 공간으로 통합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곳이라 LGBTQ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공간이라 그 기획이 참신하게 느껴져서 저도 그 도전에 동참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Q03 드랙이라는 것이 본인의 삶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보수적이고, 유교적 전통이 오랫동안 내려오는 대한민국에서 ‘게이’로써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만으로 큰 부담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게이’로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조차 큰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재미삼아 시작한 활동으로 인해 게이라는 정체성뿐만 아니라 다른 정체성을 가진 더 많은 사람들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고민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기 시작한 ‘게이’라는 정체성보다 더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느낌들 때문에 오히려 제 스스로 게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덜고 더 자신있게 저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제 고민이 가장 크다고 느꼈었는데, 그보다 더 큰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Q04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드랙을 지속하게 만드는 개인적인 원동력이 있을까요?
에디터님이 앞에서도 소개했듯이 평일에는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하는 평범한, 혹은 사회적 기준에선 조금 부족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주말마다 드랙이라는 제 스스로를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 제 스스로 완벽해짐을 느끼는 것 같고, 그런 느낌들이 제가 이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누가 챙겨준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잖아요. 나를 표현하고,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은 누구도 해줄 수 없는 일이고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인데, 남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나를 표현하는 행위들을 통해 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서 큰 원동력을 느끼고 있어요.
Q05 사람들이 드랙 문화를 통해 경험하고, 느꼈으면 하는 것들이 있을까요?
다양한 문화, 다양한 외모, 그냥 다양한 것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다들 현재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힘든 일은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은 다들 있을텐데 그 와중에서 자기를 잃지 않고, 자기를 표현하고, 한 걸음씩 내딛는 삶. 그것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느꼈으면 좋겠고, 본인의 삶이 대단한 만큼 다른 사람의 삶도 똑같이 대단한 삶이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느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저를 표현하는 것이지만 제가 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통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Q06 드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개인적인, 사회적인 변화가 있을까요?
우리는 저마다 남, 녀, 국적 차이와 살아오면서 배우는 교육들을 통해 저마다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제가 속한 LGBTQ안에서도 서로가 가진 편견이 크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저는 제 활동들을 통해 그런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래요. 일반,게이, 레즈 구분없이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고 살아간다면 좋을 것 같아요.
Q07 ‘아네싸’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무언가 오랫동안 꾸준히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판단과 상관없이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존경받고 싶다는 뜻은 아니구요.(웃음) 성공이라는 것은 다른 누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얼마나 꾸준히 하는지, 그리고 그 것을 알아봐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몇 명이라도 옆에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은 미디어에서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얼마나 유명한 것들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물질적인 것들에 성공의 기준을 맞추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에디터님처럼 제가 하는 일을 알 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성공한 삶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제 이야기를 듣는 여러분도 남들 기준이 아닌 자신의 성공의 기준을 세우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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