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nclesay Dec 07. 2021

화해의 생일 케이크

일곱 번째 브런치:화해의 생일 케이크

나는 네 살이 많은 연상의 여인과 살고 있다.

결혼을 한지는 18년이 지났다.

아내와 나는 지하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했고 아이도 그곳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결국 지하 단칸방에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면서 어린 아들을 위해 이사를 했다.

그리고 지금 까지 아내는 무척이나 억척 스럽게 살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아내의 53번째 생일이다.
생일이라 해봐야 별다른 것 없이 지내 왔다.
물론,  생일에도 그렇게 별 다를 것 없이 지나왔다, 다만 아들의 생일이 우리 두 사람에게는 더 특별한 날이 되었다.
생일이라고 해서 별다른 이벤트가 있었던 적도 없었고 특별한 선물을 주고받은 적도 없었다.

꽃을 선물로 받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고 생일 케이크를 사주어도 한 조각도 다 먹지를 않는다.  


아내의 알뜰 함과 궁상 덕분에 그나마 이렇게 라도 살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꽃도 케이크도 아내는 달가워하지 않지만 그래도 남편의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 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으로 이사를 온지는 6년 정도가 지났다. 처음 이 집으로 이사를 왔을 때 모든 것이 놀랍고 모든 것이 맘에 들었다.
곰팡이 걱정 안 해도 되고 반지하의 습한 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가장 안심이 됐던 것은 아들의 아토피가 조금은 낳아질 것이라는 기대였다.
다행히 곰팡이도 습기도 없는 집에서 아들의 아토피는 점차 좋아졌고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기대감에 몇 달이 지났을까, 그때부터 층간소음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들리기 시작하는 쿵쾅거리는 소리 물건 옮기는 소리,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새벽에 잠에서 깰 정도로 크게 들려오는 뒷 꿈치 찍는 소리는 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가슴 두근 거림 현상까지 심하게 몰려왔다.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렇게 2년을 참고 지내던 어느 날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너무나 힘들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오늘은 좀 빨리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에 열 시가 채 안되어 잠을 청했다.

아니나 다를 11시가 조금 넘어서니 윗 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안방 천정을 통하여 고스란히 들려온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귀마개를 하고 자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또 잠에서 깨어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 한채 거의 뜬 으로 밤을 새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라는 생각에 그다음 날 퇴근을 하고 곧장 윗 집으로 올라갔다.
  


결국 참지 못하고 2년 만에 감정이 터져 버린 것 같았다.
윗집으로 올라가기 전에 무슨 말을 해야, 나의 감정이, 고통이 전해 질까 미리 생각했다.

제발 말이 통하는 상식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 것 같다.
현관 앞에 서서 다시 한번 망설였다. 층간소음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이슈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잘 못 하면 극단적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지금 까지 잘 참았는데.....
떨리는 마음으로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집주인 아주머니와 그 집 아이 둘이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자초지종을 차분히 이야기하였다.
본인 들은 뛰지 않는다 하신다. 어린아이가 둘 있고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도 뛰는 소리를 들었는데 뛰지 않는 다니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차분하게 2년 동안 참고 살았던 이야기를 했고 조금만 조심해 줄 것을 당부하며, 가지고 올라간 귀마개까지 보여주며 최대한 당부하고 설득했다.


심장이 뛴다, 밤 11시가 넘으면 여지없이 또다시 쿵쿵거린다.
그때부터 윗 집과의 갈등은 소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변하 되지 않는 윗 집의 행태에 맞대응이라고 해봐야 경비실에 전화하는 것이 고작이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태도를 그냥 고스란히 또 4년을 버텼다. 며칠 전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쿵쿵 거리는 소리에 또 잠이 깼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며칠 전 내가 살고 있는 곳 가까운 곳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더욱 민감해진 시기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그날 새벽 또다시 감정이 격하게 치닫았다.
새벽이고 뭐고 그런 거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곧바로 윗 집으로 올라갔다.
새벽 2시가 넘었는데도 집안은 훤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중학생이 된 듯했고 강아지도 있었다.
열린 문틈 사이로 애원을 했다, 제발 이란 말을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쿵쿵거리는 소리는 아이들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늦은 시간 까지 뭘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 집 아주머니 발 꿈치 찍는 소리가 새벽에는 천둥소리만큼 크게 들렸던 거다. 

그러니 매번 인터폰으로 아무리 뛰지 말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 그때야 비로소 자기 집은 뛰는 사람이 없다고 한 그 집 아주머니의 말이 이해가 됐고 그 집 아주머니도 뭐가 시끄러운지 모르고 있던 것 같다.

내가 뒷 꿈치 찍는 소리라고 정확히 집어준 후에야 자신의 집에서 발생되는 소리라는 것을 인지 한 듯했다.
나는 층간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슬리퍼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리고 제발 이 번에는 조그만 노력이라도 해주길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동안 정말 조용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아내의 생일 케이크를 사러가는 동안 괜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극단까지 치닫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되지 않고 며칠을 노력해 주는, 윗 집이 감사했다.

아내의 생일 케이크를 사며 조그마한 케이크 하나를 더 샀다. 그리곤 윗집으로 올라갔다.
손에 들린 케이크를 건네며 조심조심 걷는 것이 많이 힘드실 텐데, 요즘 조용하게 잘 잔다, 고맙다.
케이크를 건네는 나를 보며 많이 당황스러워하셨다.
그러면서도 많이 고마워하시는 듯했다.
그리고 요즘은 정말 잠을 잘 잔다. 윗집도 많이 노력하고 있고 나도 웬만한 소리 들은 그냥 넘긴다.
아내의 생일... 자그마한 케이크 하나가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진정한 화해의 선물이 되었다.
층간소음의 분쟁을 해소하는 데는 꼭 법적인 방법이나 극단 전인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방법이 될 것이다.

요즘은 정말 잠을 잘 잔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