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그 흔한 자원
여덟 번째 밥상:행복해지는 가벼움
오늘 드디어 마음에 무거운 짐 하나를 덜어 냈다.
어쩌면 죽기 전에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이었다.
아내와 결혼하기 전, 연애 시절 이야기를 잠깐 하려 한다.
무척이나 놀기 좋아하던 내가 순둥순둥 한 아내를 만난 것은 30살 때였다.
난 17살에 자취를 시작했고, 29살이 돼서야 힘든 삶에 무게를 느끼며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누나가 다니는 교회에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직장과 집 그리고 교회 밖에 모르던 아내는 무척이나 보수적이고 엄격한 집안의 막내였다. 아내의 말로는 34살, 나를 만나던 그때에도 통금이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놀랄 일이다. 34살에 통금이라니, 조선시대라 할지라도 그렇게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때까지도 결혼을 하지 않던 아내는 교회 지인들의 소개로 몇 번의 선도 보았지만 연이 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날라리 같은 나를 만난 것이다.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좋은 사람들, 능력 있는 사람들 다 지나치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나와 어떻게 결혼까지 생각했을까.
지금도 생각해 보면 인연은 따로 있는가 보다.
나보다 4살이 많은 아내를 만나 처음으로 가슴 뛰는 연애를 했다. 그리고 처음 목걸이도 선물해 봤다.
교회에 다니는 아내를 위해 십자가 목걸이를 선물했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을 하고 그렇게 18년을 살았다.
나는 오늘에서야 아내의 십자가 목걸이를 찾아 주었다.
아니 어쩌면 되돌려 준 것이 맞을 것이다.
게임에 중독되어 일도 하지 않고 백수로 허성 세월 하던 그때, 제일 먼저 선물 해준 아내의 십자가 목걸이를 아내 몰래 훔쳐 팔아 버렸다.
그리고 지금 까지 마음에 무거운 큰 돌덩이를 들이고 살아왔다.
아내와 쇼핑을 하거나 금방을 지날 때면 괜스레 미안해지고 마음이 무거워졌었다.
속으로는 항상 생각했다, 얼른 해주어야 할 텐데 결혼반지 하나 없는 아내의 손을 보며, 참 못되게 살았구나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물론 돈을 벌지 못 해서 지금 까지 못해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리 만큼 쉽지가 않았던 것은 말로 설명이 되질 않는다.
집에 이것저것 살 것도 있고 해서 대형마트에 혼자 갔다.
이것저것 집에서 쓸 것과 아침에 목 늘어난 티를 입고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예쁜 티 몇 벌과 흰색 셔츠를 하나 사들 고는 매장을 나오려는데, 금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더 이상 미루지 말자.
더 미루다 가는 정말 크게 후회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연애시절 사 주었던 십자가 목걸이보다 더 좋은 것으로 골랐다.
그 시간 참 행복했다, 마치 결혼하기 전 아내의 선물을 고르던 그 떨림과 기대감이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예쁘다!
목에 걸면 예쁘겠다.
포장도 부탁하고 예쁜 리본도 달아, 조그만 가방에 담았다. 퇴근한 아내를 불러 세워 옷을 입혀 본다.
맘에 들어하는 아내를 보니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그리고는 예쁘게 포장된 목걸이를 건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내는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자기야! 이게 뭐야?
오늘 무슨 날이야? 옷이랑, 그리고 이건 또 뭐예요?
당신한테 항상 미안했어, 그리고 마음에 짐이었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일인데, 너무 늦어서 미안해.
그리고는 목걸이를 꺼내어 아내의 목에 걸어 주었다.
고작 해야 조그마한 목걸이 하나 해주기를 18년을 지냈단 말인가.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나 기뻐하는 아내를 보며 너무 감사 했다.
돌덩어리를 내던 질 수 있도록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준 것이 너무 감사했다.
아내의 목에서 빛나는 목걸이를 보며 또 웃고 행복해하는 아내를 보며 행복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값 비싸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 그런 것들이 나의 주변에 가득하다. 잠시 잠깐 눈 돌리고 한 숨 여유를 가지면 나의 주변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행복의 요소가 된다.
난 지금 아내의 미소 하나만으로도 세상에 행복이 가득한 것 같다.
"행복 그것은 가장 흔한 자원이다, 사람을 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을 가진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