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흐린 뒤 비......

열세 번째 밥상: 오늘의 날씨 흐린 뒤 비......

by unclesay

산다는 것이 참 그렇지, 오랜만에 맑은가 했더니 이렇게 또 비가 와, 비가 그치는가 했더니 바람이 거세게 불어.

마치 나의 삶에 맑음이 허락되지 않은 것처럼 삶에 모든 것을 흔들어 댈 때가 있지.

그럴 땐 덜컥 겁이나, 때로는 불평하고 자주 원망도 하지. 눈물은 그 틈을 놓치는 법이 없어. 그럴 때면 항상 나의 편이지. 그리고 아픔은 항상 어설픈 위로를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나 뭐라나.

아픔은 늘 이기적이다. 그 녀석은 너무나 대담해서 내가 얼마나 아픈지, 힘이 드는지 전 날밤 지독하게 쓴 소주를 얼마나 마셨는지 잠시나마 편안해졌는지, 그 따위는 신경 써주지 않지.

아픔은 단지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힐 뿐, 사정 따위 봐주지 않거든. 혼자서 사색을 하는 시간도 어설픈 다짐이나 맹세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그리고 너무나 꼼 지락 대고 느리다는 것이, 아마 아픔의 장점 일거야. 그러면 과연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가지가 울창한 나무의 줄기를 헤아려 보고, 그 잎을 세는 것처럼 복잡하고 머리가 지끈 거리지, 생각만 해도 무척이나 버거운 일이다.

생각이라는 것 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쁨이나 즐거움의 원인을 찾거나 분석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 이 불행이 나 실패의 이유를 찾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대부분의 기쁨과 즐거움의 원인은 결과에서 찾게 되지.

기쁨과 아픔에 원인을 성공과 실패에서 찾는다는 거야. 사업에 성공했다, 사랑에 실패했다.


결과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과정에서 원인을 찾는다.

아무리 잘 짜인 계획대로 움직 였다 해도,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의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 그리고 다시 후회하고 원망도 하지.

조금만 더 철저히 계획하고 신중했더라면 실패하지 않았을까? 그렇게만 되었다면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많은 통계 들은 어떻게 도출될 수 있었을까? 그토록 많은

실패에 대한 수식어들 말이야. '' 성공의 어머니" 또는 괜찮아 잘 될 거야 라는 말들 말이야.

실패하고도, 볼품 하나 없이 넘어지고도 위로 를 받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모두 아파 봤고 힘들어해 봤지. 위로도 받아보고 힘들어하는 친구 녀석과 소주잔을 밤새 기울이기도 했어.

녀석의 힘듦의 이유와 나의 힘듦의 이유가 서로 다르기만 할까? 어쩌면 너와 나의 힘듦 의 이유는 일 년에 두서너 번 불어오는 태풍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 거야.

여행을 떠나기 전 내 귀에 들려오는 내일의 날씨, "흐린 뒤 비...... 몇 마디 안 되는 말 때문이겠지.

그렇다고 해서 긴 시간 준비한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 가랑비가 내려도 폭풍 이 몰아 쳐도 우리는 구겨지고 부러진 우산을 들고 집으로 간다. 꼭! 집에 도착할 필요는 없지.


여보! 지금 보이지 비가 너무 많이 온다, 우산도 구겨지고 옷도 다 졌었어, 와이퍼를 아무리 급하게 돌려도 앞이 보이지 않아 어쩌지?


사랑하는 내 남편아 꼼수 그만 부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집으로 와, 죽어도 집에서 죽어!


내가 아내 라면 이렇게 말하진 않을 거야! "여보! 안전 한 곳에 차를 세우고 비가 잦아질 때까지 쉬 었다 오세요.


가끔은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애도 낳아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출산의 고통을 아느냐고! 그러면 많이 아파본 사람은 다시는 아프지 않아야 하잖아! 그만큼 경험했다면 아프지 말아야지.

그런데 과연 그런가, 사람은 또 아파! 경험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전해지는 것, 폭풍우 속을 뚫고, 다 부러지고, 볼품없이 구겨진 우산을 들고 아내에게로 가려는 남편의 마음이 아내에게 전해지는 것, 그런 것이 "공감'' 이 아닐까.

성공 이든 실패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가자. 그 길의 끝이 성공이면 실패에 대한 아픔이 무뎌진 것이고, 그 길의 끝이 실패일 지라도 우리의 삶은 "흐린 뒤 비로 끝나지 않는다.

오늘의 날씨는 내가 만들고 계획한 데로 만들어진 것 이 아니며 기상청의 통계는 수치 일뿐, 전쟁터로 향하는 군인처럼 아무리 총알이 빗발쳐도 싸움터에 머물러야 하는 지휘관처럼, 우리는 또다시 내일로 갈 것이니까.

누가 성공했고, 누구는 실패했다. 이런 말들 보다, 그래! 끝까지 잘 버텨 주고, 견뎌 줘서 정말 고마워.

당신도 나처럼 흠뻑 졌었구나. 공감해주고 뽀송뽀송 한 새 옷으로 갈아입혀주고, 차가워지고 지친 몸을 따뜻하게 안아 주며 커피 한잔 내어 주는 삶이 되고 싶어, 다른 누구도 아니 바로, 나!라는 인생에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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