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이 다 지나도록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로 시끄럽다. 더구나 농구장이 있어 그런지늦게 까지 공 튀는 소리가 날 때에는 가끔 짜증이 나기도 한다.
녀석들, 목청은 왜 그리도 큰지, 단지가 뒤집어질 것 같다.
남자아이들, 여자 아이들 할 것 없이 소리 지르고 뛰고, 어릴 적 골목길에서 뛰어놀던 그 시절이 생각날 때도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잔 내렸라. 커피를 너무나 좋아해서 일회용 컵과 뚜껑까지 구비해 두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놀이터를 지나 작은 벤치에 앉았다. 커피를 홀짝 거리며 사색에 잠겨 본다. 사색이라고 해 봐야 별것 없다, 그냥 오늘 하루를 되짚어 보고 아들 생각 아내 생각. 나 오늘 잘살았나, 이런 생각 들이다.
어쩌면 커피 한 잔 하며 생각할 수 있는 지금 시간이 그나마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의 끝 일지 모르겠다.
일상 이란 것이 그렇다. 일에 대하여 생각하고 돈 버는 일 에는, 매일매 순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 진다.
회의, 식사시간, 휴식시간밥을 먹고 회식을 하면서도 일에 대한 고민들과 그 많은 생각 들은,나라는 자신에 대한 생각들을 좀 먹는다.
그렇게 지친 몸을 끌고 쉼이 있는 곳으로 숨어든다.
그렇다! 분명히 숨어드는 것 같다. 일을 피하고 직장 상사의 이런저런 눈치를 피해 잠깐 숨는 곳. 그곳 에는 동지들도 있다. 남편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치열했을 아내 와 벗어날 수 없는 길을 이제 막 달려가는 고3 아들.
내 말 좀 들어줄래!
오늘도 역시 너무 버겁고 힘들 더라고 절반을 넘어 달려온 것 같은데, 왜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지. 나를 좀 위로해주세요.
술로 위로를 받고 담배 연기로 한숨을 날리며 게임으로, 뱉고 싶은 말 들을 대신 하기도 하지.
난! 자기 말만 하는 당신에게 지쳤다.
누구는 쉬운 줄 알아, 그렇게 매일 징징 될 거면 그냥 포기해 버려!
지금! 우리는 배려를 잃어버리고 사색에서 스스로 도망쳐 왔잖아!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냐!
생각하고 배려하기 에는 뱉어 내야 할 말들이 너무나 많은 쉼터의 쉬지 못하는 동지 들.삶과 죽음의 전장에 총과 칼은 사라졌다. 겉으로 보기엔 총성도 없고 칼 끝이 마주치는 그 소름 끼치는 잔인함도 없다.
핵폭탄을 발사하려는 치졸함 앞에 총과 칼을 든 전장의 병사는 망연자실 싸워 볼만한 의지를 동지의 무덤 앞에 내 던지고 이미 먼저 간 그의 곁에 주저앉았다.
나! 오늘도 치열하고 힘들었어, 술도 싫고 담배의 한숨도 이제 힘이 없어.
그랬구나!
어떡하지! 내가 뭘 해줘야 할까.
사실은 나도 힘들 거든.
오늘 새로 들어온 병사 하나가 그만......
어머! 그랬구나.
이리와요!
토닥토닥!
토닥토닥 by: 공감
사실은 이것이 전부였었지
지금 까지 지나친 그것
당신의 것 나의 것
서로의 마음 말이야
여러 번 지나치고 외면 한 길
알면서도 놓아버린 길
숨이 멎어 가는 아픔
초점을 잃어 가는 눈길
사실 이것이 전부였었지
아무 말도 필요 없었어
식어가는 체온 앞에
토닥이는 우리가 있어야 했다
말이라는 것이 그렇다. 한 번 줄줄 새어 나오기 시작하면 언제 거두어 들어야 할지, 누구를 향해 조준을 해야 하는지 그냥 고 내뱉게 되는 것이 말이다. 말은 손 보다 빠르고 빠른 말을 조정하는 것은 학식이나 인성이 아니라 마음일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말은 실수가 많아서 언제나 채찍을 필요로 한다.자신도 아프고 상대로 아프다.
마음, 아주 깊은 곳에서 생각을 넘어 사색하게 하며 깊게 고뇌하는 곳, 마음.
당신도 힘들고 버겁다, 물론 나도 힘든 것도 사실이야.
비록 그렇다 할 지라도 쉼터에 모인 당신과 나는 쉬어야 한다.마음과는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고 핵무기로 지배하려 했던 치졸함을 내려놓고 승리를 위해 싸워 나가는 병사들을 돌아보아야 한다.
사색을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주변을 바라보게 한다.
인간보다 평화로운 자연을 보게 하며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다.
사색을 잃어버린 마음은 돌덩이처럼 굳어져서 딱딱하고 아프고 투박한 말들을 내뱉게 될 뿐이다.
19세기경 로뎅은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했다. 삶과 죽음에 대하여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생각은 지옥문 앞에서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이 곧 삶과 죽음을 가르기 때문이다.
오귀스트 로뎅 작: 생각하는사람
사색을 하다 보니 어느새 커피를 다 마셨다.
사색 이 커피를 마신 것일까? 커피가 사색을 마시게 한 것일까?아직도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저렇게 신나게 놀고도 집에 갈 때에는 많이 아쉬워하겠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삶의 끝에서 누구나 아쉬워하는 것처럼.
나도 이제 일어나야겠다. 엉덩이에 묻어 있는 먼지를 털고, 잠깐 머물렀던 그 자리를 비워 준다. 사색에 잠길 그 누군가 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