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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clesay Jun 07. 2022

이 만원의 기쁨

열다섯 번째 밥상: 이 만원의 기쁨

2020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뒤, 첫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출간을 준비하는 동안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누가 내 시들을 읽어 줄까. 계속되는 수정과 편집을 하는 동안, 시집 한 권 출간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다는 사실도 경험하게 됐다.

출간을 하기 전 홍보도 열심히 했다. 각종 SNS를 통해, 또한 지인들에게 도 알렸다. 각종 프로필에 출간 사실을 홍보하고 내심 1600명 의 팔로워 들 에게도 기대하는 바가 컸다. 기왕이면 시인으로 또 수필가로 등단하게 된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고 이것저것 알아보았다. 만만치 않은 출간 비용에 한 숨만 나온다.

첫 번째 시집이기도 하지만 지난 일 년 동안 무척이나 공을 드린 데뷔작이었기에 그야말로 폼나게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러나 욕심을 내면 낼 수록 경제적 부담은 늘어났다.

물론 출간 비용이 준비 안된 것은 아니 었다. 그러나 많은 자금을 투자 하기에는 신인작가로서의 리스크가 너무나 컸다.

부담도 되고 두렵기로 했다. 투자를 한 만큼 책이 안 팔리면 어떡하지. 더구나 아내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하면서 까지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 쉽지 는 않았다. 마무리가 끝난 파일을 보며 몇 번 생각하고 고심한 끝에 자가 출판 (부크크)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비용 부담도 없고, 책이 조금 팔리기만 한다면 손해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표지를 고르고 디자인을 구상하며 출간이 코 앞으로 다가 올 수록 더욱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비록 짧은 시간 준비한 데뷔작이지만 열정과 정성이 듬뿍 담긴 시집이었기에 기대감도 더욱 컸었던 것 같다.

드디어 2021년 11월 103편의 시가 출간되었다.


첫 번째 시집

운영 중이던 SNS에 링크를 걸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시집을 출간했으니 시집 한 권 사주십시오.

차마 이 말 한마디 하기가 왜 그리 힘이 들었을까.

지금까지도 나의 가족이나 처가에서는 시집이 출간된 것뿐 아니라 등단 사실도 모르고 있다.

한 달 뒤 부크크에서 수익금이 입금되었다. 한 달 판매 수익 29900원, 만원 단위로 임금이 된다. 한 달 동안 판매된 나의 첫 번째 시집은 9권, 판매 수익 이 만원.

통장에 입금된 수익금 을 보며 일 년 동안 수고한 모든 것이 헛 되게만 느껴졌다.

대학 동기 몇 명, 팔로워 1600명 중에 한 명. 공허하고 무기력 해졌다. 자존심도 상하고 글 쓰는 것 에 대한 회의감 도 들었다. 얼마 동안 많이 힘들었다.


정산 수익금


아침에 항상 운동을 한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시간이다. 말이 좋아 운동이지 대부분의 시간을 사색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벤치에 앉아 시를 쓴다. 무작정 걷다가 문득 생각했다. 내가 시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됐다.

처음 시를 쓰고 등단을 할 때까지, 지난 시간 들에 대한 나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에게 시는 어떤 의미 인가? 스스로 에게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들이닥친 조울증으로 인해 모든 것이 싫게만 느껴지고 살고 싶지 않았던 그때, 시는 나에게 열정을 주었고 도전이었다. 어두운 거실에서 혼자서 씨름하며 외로움을 이기게 해 주었고, 다시 살아보자는 희망을 갖게 했다.


순수함을 잃어버린 열정은 욕심이 되었고 욕심은 나에게 재물과 유명세를 구하게 했다. 처음 시를 쓸 때의 열정과 순수함을 다시 회복해야 했다. 원망과 불평들을 감사와 기쁨으로 채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통장에 입금된 수익금을 보며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컴패션에 어린아이를 후원하기로 결심했다. 부족한 후원금은 사비로 채워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정기 후원을 하기로 했다. 여전히 시집은 팔리지 않지만 돈 보다, 유명해지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는 귀한 것을 얻었다.


아이에게 받은 편지와 직접 만든 기념품


아이에게서 감사의 편지가 오고 사진도 온다. 그럴 때마다

다시금 열정과 순수함을 생각하게 된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내려놓으니 얻은 것에 대한 기쁨과 감사가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되었다. 나는 지금 두 번째 시집을 출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난 두 번째 시집의 수익금으로 또 다른 아이를 만날 것이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한다.

글이 세상을 바꾼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고.

물론 세상을 바꿀만한 큰 일을 한적도 없고 능력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음이 바뀌는 중이다.


Keep your heart with all diligence, for out of it is the wellspring of life.

모든 지킬만 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마음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글보다 아름다운 글이 세상에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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