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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clesay Oct 23. 2021

아들의 빈자리

다섯 번째 브런치:아들의 빈자리


아내가 잠을 자지 않는다......


왜 계속 뒤척이는지 나는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로는 아내가 곁에 있어도 내가 외로운 것과 같이 아내 또한 내가 옆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

그러나 아내에게 그 이유를 묻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게 되면 금방이라도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다.

아들 녀석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그렇게 말을 했음에도 아내는 여전히 아들 그리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안다, 얼마나 아내가 아들을 그리워하는지 말이다


어휴! 저런 그리움을 남편인 나를 향에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 감성적인 나이 18 우리 아들)


아내가 나를 멀리하거나 특별히 우리 부부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 집에 아이가 하나만 더 있어도 아내의 아들에 대한 집착이 저 정도는 아닐 텐데.

아들은 18살이다.

형제 없이 혼자 자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외로움을 많이 탄다.

나이 많은 엄마에게 지금도 가끔 동생을 낳아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본인도 알 텐데 아마 도 가끔 외롭다고 느낄 때 엄마에게 때를 쓰는 것 같다.

흠! 할 수만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만...

늦깎이 결혼, 아내는 나보다 4살이 많다...

36섯 에 결혼하고 아들을 임신했을 때 아내는 세상을 다 가졌다.

물론 나도 그랬다, 아이를 잉태했다는 그 사실 하나로

나의 아내는 그때부터 나의 아내이기보다, 아이의 엄마로 살기를 작정한 것 같다, 많은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내가 남자가 아닌 아버지로 살기를 결심한 것과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아내에게 아들은 각별하다.

아내는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었다.

그리고는 줄곧 친척집을 떠돌며 설움도 많이 겪으며 자랐다고 했다.

결국은 언니의 손에 크면서, 아내 또한 많은 외로움을 품고 자란 것 같다.


얼마 전 일이다, 몇 주 동안 계획하고 준비해서 캠핑을 떠났다.

물론 문제는 아들이 함께 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면 문제였고 나머지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늦은 밤에 급하게 장비를 챙겨 돌아온 적이 있다.

멍하니 앉아 있는 아내를 보니 아들의 사진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할 때, 아내의 말이 생각났다.

오늘은 아들 얘기를 하지 않을 거예요!


얼마나 귀엽던지......


그러더니 결국 입으로 말은 하지 못하고 눈으로 말하고 있다.

해가 뉘었뉘었 저물어 갈 때부터 아내의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노을이 조금씩 붉게 피어오를 때 아내의 눈은 이미 아들을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해 보였으니까.

아내에게 넌지시 말을 걸어 본다


자기야 괜찮아!


아내는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진짜 괜찮지 않다는 뜻이다.

글썽이는 눈망울이 얼마나 안타깝고 귀엽던지 그냥 무너진다.


아! 텐트에 모기가 너무 많다


여기서 하루를 보내는 건 좀 힘들겠다


아! 자기야 집에 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짐을 꾸린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집하고 거리가 멀지 않은 것이 얼마나 고맙던지...


아내는 오늘 밤도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아들 녀석도 이사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벌써부터 엄마를 걱정한다.


엄마! 그러다 나 군대 가면 어쩌려고 그래?


아니! 아들 걱정 마


그때 되면 통일되고 지원제 될 거니까


아내의 아들 사랑이 지금이라도 당장 통일을 이룰 것 같다.

진짜! 얼른 통일이라도 돼야 할 텐데 그렇지 않으면 천상 아들의 자대 근처로 이사를 가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내가 아이를 나약하게 기운 것도 아닌데...

참 유별난 아들 바라기 엄마다.

어떻게 힘든 태권도를 4단이 될 때까지 가르쳤는지 모르겠다.

아내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아들이 어쩔 때는 부럽기까지 하다.



아들 바라기 우리 아내, 이제 나에게 얼굴 좀 돌려줄래

당신의 아들 사랑을 나에게 조금만 나누어주라.



한 가지 아내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되고 군대라도 다녀오면 그때부터는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아들이나 내가 좋아하는 것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우리가 먹고 싶은 것 말고 자신이 먹고, 하고, 다니고 싶은 일들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아내와 함께 해야 할 일들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이 내 것을 비우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픈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하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곁에 잠든 아내는 여전히 귀엽게 꼬물거리며 오지 않는 잠을 부른다.

그리고 난 여전히 그런 아내를 바라본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저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감사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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