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30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우리 집 앞에 과일이 떡~ 하니 와있는 시대에 주 2회 배송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름철 매일 수확해야 하는 과일이 아니면 대부분의 과일을 주 2회만 배송을 합니다. 지금은 이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회원님들도 익숙하시겠지만 처음에는 저항도 많았습니다. 누가누가 더 빠르게 배송하는지 지나친 경쟁 속에서 배송이 왜 이렇게 늦냐는 컴플레인 처리하는 게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제가 주 2회 배송을 고집하는 이유는 농민들도 인간답게 살게 해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물론 매일 배송도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막상 작업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하루에 10건을 포장하나 100건을 포장하나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농사일이라는 게 참 손이 많이 갑니다. 그런데 산지에서 직접 택배 배송을 하는 방식에서는 매일 택배 작업을 하다 보면 농민들은 택배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만 작업하시자고요. 그래야 농사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농민들도 좀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실 수 있겠더라고요.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농민들의 삶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걸 왜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다 같이 잘 살기 위해서요라고 저는 대답할 겁니다.
제주 이레숲 농장의 유기농 감귤과 장수 신농 영농조합의 후지사과는 오늘 출고 마쳤고 다음 출고는 목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