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2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벌써 12월입니다.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과일 장수의 삶을 산지 10년째 접어듭니다. 당시는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결심한 게 몇 가지 있었는데 스트레스를 조금 덜 받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지금 생각하면 망상이었습니다.) 가능하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2가지였습니다.
12월의 첫날인 어제는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과일 판매하는 시즌에는 바깥일 안 하는 게 원칙인데요. 이번에는 조금 예외였어요. '좋은 생각'은 제가 군대에 있을 때 힘든 시절 많은 위로를 주었던 책이었어요. 벌써 한 20년 전 일인데요.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받았던 위로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도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직업란에 뭐라고 소개를 하면 좋겠냐고 기자분이 여쭤보시는데 '과일 장수'라고 해주세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내년 2월호에 실린다고 합니다. 혹시 좋은 생각 정기 구독하시는 분들은 보셔도 못 본 척해주시길요. 제가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코로나로 모든 분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과일 장수인 저에게도 급격한 기후 변화와 기후 위기로
올해 너무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과일장수로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남은 한 달 잘 마무리하시고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