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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제도

2021.03.16

by 공씨아저씨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농축산물에는 여러 인증제도가 있습니다. 그중 1차 농산물에 관련된 대표적인 인증제도는 우선 친환경 인증(무농약 인증, 유기농 인증) 이 있고 GAP 인증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자주 언급되는 것이 저탄소 인증입니다. 우리 정부가 2020년 10월 28일 2050 탄소중립을 선언 한 이후에 농업 분야의 '저탄소 인증'제도에 대한 관심도 커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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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 소비자 조합원 분들이나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각 인증제도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분들이 대략은 아는데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증제도라는 것은 단순 명료해야 하고 소비자가 특별한 공부를 하지 않아도 그 이름만 들어도 오해가 없을 정도로 분명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맞습니다만 현재의 인증제도중 일부는 그러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인증 제도를 만든 취지와 생산 현장에서 농민이 체감하는 실효성에서도 어느 정도의 간극은 있고요.


최근 신선식품 및 농산물 유통에 있어서 온라인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신규 업체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GAP 인증 농산물을 친환경 농산물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며 소비자에게 마케팅을 하는 업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친환경인증(무농약 인증,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은 농산물에 ‘친환경’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꼭 아셨으면 합니다.


문제는 일단 인증 마크가 있으면 종류에 관계없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에 있습니다. GAP인증 제도나 저탄소 인증제도가 유통판매 전략으로서 기능하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팩트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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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우수관리인증 (GAP : Good AgriculturalPractices)은 제초제 사용을 허용하고 있고 농업에 사용하는 자재에 있어서 GMO 원료를 허가합니다. 물론 제도 자체에서는 허용하고 있지만 GAP 인증 농가 중에는 두 가지 모두 사용하지 않는 농가들도 많습니다. (저희 협력 농가들은 다 그러하고요.) 반면 친환경 인증은 제초제 사용금지, GMO 원료 사용 금지입니다.


GAP인증은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던 인증제도이고 특히 그 인증마크의 컬러와 모양이 친환경 인증 마크와 유사하기 때문에 친환경 인증으로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어서 인증 마크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과일(농산물)을 판매하는 일을 하면서 단순히 소비자들이 원하는 과일을 소싱하는 것 이외에 농업 환경 전체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 목소리를 내고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하는 유통인으로서의 책임감도 느낍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과일이지만 안정성과는 거리가 있거나 그 재배 방식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것들을 그냥 방관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달고 맛있는 과일이지만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재배된다면 저는 그 과일을 취급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대원칙을 갖고 현재 과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판매하는 데 있어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고, 소비자들이 열광적으로 원해도 말이죠. 단순히 맛있기만 한 과일이 아닌 안정성과 환경적인 측면까지 함께 고려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브런치'를 통해서 SNS를 통해서 이야기 하기에 제약이 있는 조금도 깊고 디테일한 농업에 관련된 많은 이슈에 대해 글을 썼지만 아마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 훨씬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곳에서도 재미는 없지만 저희 회원님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를 종종 나눠볼까 합니다. 회원분들이 농산물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 수 있도록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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