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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2021.04.13

by 공씨아저씨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어제 비가 오고 오늘 아침은 조금 쌀쌀합니다. 내일 아침 기온은 훅 떨어질 것 같습니다. 작년 가을 열풍을 몰고 왔던 사과 아리수. 사실 그 원인도 4월 중하순 정도의 냉해피해 때문이었는데요. 올해도 작년의 악몽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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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 사진은 작년에 시나노 골드로 처음 소개드린 영주 이재식 농민의 사과 밭에 5월 초에 방문했을 때 냉해로 인해 꽃이 제대로 피지 못하고 얼어 죽은 모습입니다.


올해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꽃이 좀 빨리 피었죠. 잘 못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민감하신 분들은 올해 작년보다 꽃이 빨리 피었다는 SNS 포스팅이 많이 보입니다. 요즘은 SNS 과거의 오늘 기능으로 작년 날씨와 비교하기가 좀 편해졌습니다.


보통 봄에 꽃이 빨리 오는 해에는 냉해피해가 항상 걱정입니다. 그래서 노지에서 과수를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늘 노심초사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지난주와 지지난주 청도와 경산 출장 갔을 때도 냉해 피해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나눴었는데요.


그래서 저의 요즘의 하루 일과는 산지 날씨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사과를 담당하고 있는 신농이 있는 전북 장수의 이번 주 날씨가 심상치 않네요. 이번 주 목요일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입니다. 장수 신농 전대호 대표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지금 사과 밭이 예년보다 열흘 이상 꽃이 빨리 피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십니다. 저지대의 밭들은 이미 홍로 꽃이 만개하기 시작했고, 적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보통 장수는 4월 20일경 지나야 꽃이 피는 게 일반적인데 말이죠.


코로나로 인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가 많이 줄어서 현재 일할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인건비도 많이 오른 상황 속에서 작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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