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어요

2021.06.30

by 공씨아저씨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농촌의 고령화, 농촌의 인력란은 저희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에서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농업의 인력들이 외국인 노동자들로 대체된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에 제한이 걸리면서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올초부터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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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토마토 수확할 때부터 정말 애를 먹었습니다. 오기로 해놓고 펑크를 내는 경우도 일쑤. 인건비는 상상 이상으로 치솟고 중간 인력 사무소의 폭리도 커지고... 농산물 수확이라는 것이 그냥 아무나 와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와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대저 토마토 수확할 때는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따야 하는지가 사실 노하우인데 기존 일하던 인력들이 농장으로 오지 못하고 새로운 노동자들이 와서 작업을 하니 너무 퍼렇게 수확해서 따놓고 못 보내는 것들도 너무 많았습니다.


홍성 세아유 농장에서는 인력을 외부로 뺏기지 않도록 일이 없어도 일거리를 만들어 인력들을 매일 농장으로 출근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 인건비로 나간 돈만 천만 원이 넘으니... 토마토, 고추 농사지어서 인건비로 다 나가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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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복숭아 소식에 사람 구해서 수학하면 되지 않느냐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정말로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을 구할 수가 없어요... 농업대학교 학생들 현장실습도 코로나 때문에 막혀서 학생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제가 이 일을 십 년 넘게 했는데 할 수 있는 방법들은 다 생각해봤죠. 오죽하면 제가 두 달 동안 복숭아 밭에서 텐트 치고 숙식하려고까지 했었습니다.


지금 한국인 노동자들이라고는 할머니들밖에 없는데 복숭아는 리프트 타고 올라가서 수확해야 하는 일이라 안전사고의 이유로 할머니들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요. 지금 청도에는 아직도 양파밭에 인력들이 다 투입되어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양파수확을 다 못했다는 이야기는 정말 사람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사실 농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이 문제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실 거예요. 사실 관심도 없으실 거고요. 도시에는 일할 곳이 없어서 실업자가 늘고 있는데 농촌에는 일당 17만 원을 주는데도 일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잘 이해 못하시더라고요.


밀짚모자를 쓴 선한 인상의 농부가 수확하는 농산물은 매체가 만들어낸 이미지입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농산물들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확한 것들입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먹을 것도 없어지는 시대가 도래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 사진은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부 김선아 부국장님의 SNS에서 잠시 빌려왔습니다. 기사는 한국 농어민신문 온라인 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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