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덩어리로 보였던 피렌체가 분리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010. Italy.Firenze_day3
피렌체 3일 차 이탈리아에 온 지 열흘째다. 이탈리아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큰 아들은 피렌체에 온 이후 밤마다 한국에 있는 꿈을 꾼다고 했다. 그래서 너무 싫다고... 여행이 시작되고 이쯤 되었을 때 과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지 아니면 계속 이곳에 머물고 싶을지 나는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을 만큼 이탈리아가 너무 좋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 동안 머릿속이 복잡할듯하다. 휴가 나왔다가 군대로 복귀하는 그런 기분일 듯도 하고...
피렌체는 참 작은 도시다. 물론 도시 전체의 규모는 작지 않지만 주요 관광지인 중심부는 로마에 비해 걸어서 다니기 수월하다. 피렌체는 하루면 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큐폴라 돔만 보고 오면 피렌체는 다 끝난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이다. 어찌 그 오래된 역사를 가진 도시를 하루에 다 볼 수 있다는 만용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사실 피렌체에 있을 때 피사를 다녀올까 고민도 했지만 피렌체를 온전히 느끼기에도 4박 5일은 짧은 시간일 것 같아 피사는 과감히 포기했다.
오늘 오전 일정은 동네 한 바퀴 돌기. 이탈리아는 부활절과 부활절 다음날까지 공휴일이다. 문을 닫은 가게와 장사를 하는 가게들이 공존한다. 오늘 첫 번째로 향한 곳은 메디체아 라우렌치아나 도서관 But 쉬는 날이다. 내일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내일을 기약하고 우리는 레푸블리카 광장(Piazza della Repubblica)으로 향했다.
광장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광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회전목마 그리고 인근 지역에 명품 매장이 몰려 있어서 그런지 강렬한 도시의 느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몇 백 년 된듯한 건물의 1층에 명품 매장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 건물의 본래 모습을 그대로 살리며 리모델링을 한 디테일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이 오래된 역사 속의 건물 1층에 자리 잡은 애플 매장이라니...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이탈리아의 삶의 방식이다. 초록색 사과 잎으로 변신한 애플 로고를 보아라...
이어서 간 곳은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 가는 길에 만난 곳인데 어떤 용도인지는 모르나 무척 오래된 건물에는 상점들로 가득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면 장터가 열리면 딱 좋을 만한 장소라는 생각을 하며 지나쳤다.
우피치 미술관과 베키오 궁전 앞에 위치하고 있는 광장 곳곳은 피렌체의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동상들이 서 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도 만날 수 있다. 물론 원본은 아카데미아 미술관 내부에 전시되어있다.
광장을 나와 투어를 신청했다가 중간에 취소한 우피치 미술관 앞을 지나 우리는 베키오 다리로 향했다. 우피치 미술관의 1층에는 르네상스를 빛냈던 이탈리아의 화가들의 동상이 일렬로 세워져 있다. 조토,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마키아벨리까지... 그리고 그 뒤에는 그들을 아낌없이 후원했던 메데치와 그의 손자의 동상이 나란히 서 있다. 비록 미술관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숨결을 느끼며 거리를 지나간다.
피렌체는 겉과 속이 다른 뭔가 대비가 강한 도시의 느낌이다. 겉에서는 허름한 상가처럼 보이던 베키오의 안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귀금속 상가가 반짝반짝 빛난다. 아마 피렌체라는 도시의 태생이 이 도시를 귀금속과 명품의 천국으로 만들었겠지.
베키오 다리 건너편 뒤 골목은 또 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반겼다.
우측에 보이는 허름한 4층짜리 건물이 Salvatore Ferragamo Museum이다. 거리를 거닐며 쳐다만 봐도 박물관이고 미술관이고 성당인 나라. 이 장소 한 곳 한 곳의 이름만 알고 지나가기에도 힘든 도시 피렌체.
우리는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와 어제 먹었던 감동을 잊지 못해 할머니가 하는 정육식당에서 티본스테이크를 시켰다. 오늘은 2판. 오늘도 역시 맛있다. 오늘은 한 판은 미디엄 한 판은 미디엄 웰던으로... 미디엄을 잘 먹지 않을 것 같았던 아이들이 오히려 미디엄을 더 맛있다며 빨간 고기를 먹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조토의 종탑에 오르기 위해 다시 두오모로 향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가다 보면 어제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첫날 쿠폴라 돔에서 바라본 피렌체 전경을 바라보고 난 후의 감정이 와~~~ 였다면 오늘 조토의 종탑에서 바라본 피렌체의 모습은 첫날과는 달랐다. 아... 저기가 오늘 아침에 우리가 갔던 곳이구나... 그럼 조기가 우리 숙소겠네... 아 저기는 야경 봤던 미켈란젤로 광장이고... 그냥 하나의 덩어리로 보였던 도시가 분리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조토의 종탑에서 내려와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 종일 흐린 날씨였는데 저녁 무렵이 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내일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하는데... 비 오는 피렌체의 거리는 보기에는 예쁘지만 다니기에는 신발이 다 젖어버려 어찌하면 좋을지. 내일이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의 보름간의 개인적인 가족 여행 기록입니다. 여행 정보 전달을 위해서도, 맛집을 소개하기 위해서 쓴 글도 아닙니다. 제가 느낀 이탈리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하루하루 기록한 개인 일기장입니다. 여행 전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그냥 가던 길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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