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1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이것은 무엇일까요?
서울시 S구에 거주하는 J중학교 3학년 16세 K군이 조금 전에 편의점을 쓸어온 설탕 덩어리 가공품들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서울시 교육청은 5월 20일 ‘희망 급식 바우처’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발생한 급식 파행을 메꾸기 위해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라고 10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한 것입니다.
어렵게 이뤄낸 친환경 무상급식을 한 순간에 부정하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행되었습니다. 작년 봄 대산 농촌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좌담회에서 학교 급식 이야기가 이슈로 나왔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참석을 했었는데요. 올해는 좀 더 진화된 방식으로 친환경 급식 농산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상황은 이지경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구매 가능한 품목을 보니 정말 가관이더군요.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희망 급식 바우처는 편의점에 한정되어 사용 가능. 학교급식 기준에 맞춰 한 끼당 나트륨 1,067mg 이내, 990kcal 이내, 단백질 11.7g 이상인 10개 군의 품목에 한정하여 구매 가능. 허용되는 제품은 일부 도시락, 제철 과일(냉동 금지), 흰 우유, 두유, 야채 샌드위치, 과채 주스, 샐러스, 떠먹는 요거트, 훈제 계란, 김밥(삼각김밥 금지)류 등.
정해진 기간에 10만 원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나마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품목들을 억지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편의점에 상품 많은 시간대에 가서 한 번에 저렇게 쓸어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샐러드와 샌드위치로 온 가족이 끼니를 해결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먹을 걸로 10만 원 채우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얼마 전 업계에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과 이 문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정책의 시행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학부모가 아닌 이상 급식문제는 사실 남의 일이기 때문에 관심 밖의 일일수밖에 없습니다.
4월 7일 재보궐 선거에서 새로운 서울 시장이 탄생한 후 불과 한 달 만에 나온 정책입니다.
관련기사 : https://www.nongmin.com/news/NEWS/POL/ETC/338619/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