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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가 상해서 왔어요

2021.07.08

by 공씨아저씨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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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모사 자두를 판매할 때면 꼭 들어오는 문의중에 하나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이런 문의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올해 출고한 물량이 첫날 50박스 밖에 되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다 싶고, 제가 지속적으로 해마다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회원님들께도 어느 정도 학습이 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이제는 저희 회원님들은 이런 것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최고 레벨의 단계에 오르셔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포모사 자두의 껍질이 갈색으로 점박이처럼 되어있는 모습을 보시고 조금 찝찝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혹시 병이 든 것인지 곰팡이는 아닌지... 약을 치지 않아서 저런 걸 거야라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시는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돈 워리~~~


포모사는 껍질이 아주 아주 약한 품종입니다. 나무에서 자랄 때 나뭇잎끼리 스치기만 해도 표면에 상처가 날 정도로요. 자두 표면의 얼룩은 수확과 배송 과정 중에 자두끼리 서로 부딪혀서 생긴 자국입니다. 아주 정상적인 증상입니다. 껍질을 벗겨보면 속은 아주 깨끗합니다. 겉만 보고 지저분하거나 문제가 있는 자두라고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무 문제없는 정상 상품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 유독 포모사 자두는 크기를 크게 키워서 그물망으로 하나하나씩 싸서 포장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합니다. 수확할 때도 조심스럽게 수확을 하고요... 마트나 백화점에 진열된 포모사는 대부분 이렇게 포장이 되어있을 거예요. 원래 다른 자두에 비해 대과 종이기도 한 포모사이지만 이런 품종 특성 때문에 크기를 크게 키워서 이런 포장으로 고급화 전략을 쓰기도 하는 자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크기를 키우기 위해 비대제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물망으로 하나씩 포장하는 방식 또한 플라스틱 쓰레기만 늘리는 반환경적인 방식이고요.


저는 포모사의 외형이 이렇게 되는 품종적 특성을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조금 더 안전하게 자두를 키우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며 해마다 이런 번거로운 설명을 드리고 있습니다.


이미 상품페이지에도 안내가 된 내용이지만 이 포스팅은 혹시 모르시거나 현재 회원가입 승인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회원이 되고 싶다고 꾸준히 회원가입 신청을 해주시는 미래의 회원님들을 위한 내용 정도로 해두겠습니다.


경산 지역에는 화요일부터 비가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토요일까지는 계속 비가 내릴 것 같은 예보인데요. 수확을 재개하더라도 다음 주 화요일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고, 출고가 가능할지 여부는 앞으로 내릴 비의 강수량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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