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1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날씨는 아직 덥지만 하늘은 조금씩 가을 가을 해가고 있습니다.
왜 회원 가입을 더 받지 않느냐고 여쭤보시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구멍가게로 남자'는 것이 저의 유일한 목표였거든요. 작년 가을에 3,500명이었던 회원수가 일 년도 되지 않아 5,000명을 넘겼습니다. 사실 저희 회원수가 5,000명이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6월부로 회원가입을 중단했습니다. 5,000명은 제가 처음부터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최대 회원수였거든요.
지난주에 모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Q. ‘확장을 목표로 장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렇다면 <공씨아저씨네>는 무엇을 목표로 경영하는지, 또 확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것이 기업이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심지어 프로그램 사회자분께서 공씨아저씨네가 더 큰 플레이어가 돼서 시장을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말씀까지 해주시더라고요.
저는 역으로 여쭤봅니다. 회사는 왜 꼭 확장을 해야만 하는 거죠? 그리고 구멍가게 사장이 무슨 거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겠습니까?
작은 플레이어가 성장해서 큰 플레이가 되는 방법도 있겠지만 작은 플레이어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저는 건강한 시장을 위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 이미 큰 플레이어는 많이 있잖아요.
지난 10년간 최대한 회원수를 늘리지 않기 위해서 방송 출연 등 매체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왔습니다. 포털에서 공씨아저씨네로 검색 한번 해보세요. 기사나 방송에 나간 거 거의 찾기 힘드실 거예요. 제가 십 년 넘게 정말 유명해지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아마 모르실 거예요. 어디 인기 있는 방송이라도 출연해서 갑자기 회원수 늘어서 여러분들 과일 사기 더 힘들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가게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가게문을 연지 10년이 넘은 지금 원래 목표에 근접하게 잘 달려가고 있습니다. 충분히 잘해왔다고 생각하고. 더 잘하려고 하지는 않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