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6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장수 신농 영농조합에 다녀왔습니다.
기나긴 가을장마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제 장수는 모처럼 해가 쨍쨍 나는 날씨였습니다. 비가 와서 하지 못했던 막바지 작업을 이어가느라 농가에서는 분주한 하루였습니다.
아리수 밭은 딱 1년 만에 찾았습니다. 작년에는 아리수 밭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었죠. 동록 현상 때문이었는데요. 배인지 사과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심한 동록. 작년 8월은 정말 햇빛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비가 많이 왔던 해였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쩜 그런 맛을 내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입니다. 벌써부터 아리수만 기다리고 계신 분들 많으실 것으로 압니다.
올해도 봄철에 일부 냉해피해가 있습니다. 아리수 밭을 쭈욱 둘러봤는데요. 동록이 있는 녀석들이 군데군데 눈에 보입니다만 다행히도 작년같이 심하게 동록이 낀 사과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색이 나아할 중요한 시기에 계속 비가 와서 걱정이긴 한데 수확 전 남은 일주일 동안 색이 잘 들어가길 바랄 뿐입니다.
최근 계속되는 비가 숙기를 조금 늦추고는 있지만 올여름의 폭염은 과일의 숙기를 전국적으로 조금씩 앞당기고 있습니다. 올해 아리수 수확 시기는 비가 그치고 난 이후 9월 5일 전후로 첫 수확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작년은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전국적으로 사과가 부족했던 해였습니다. 그래서 작년 가을 아리수도 저희가 많이 판매하지 못했었는데요. 재구매 요청이 쇄도했었는데 사과가 없어서 더 보내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죠. 주문하려고 했는데 너무 빨리 마감돼서 못 샀다고 아쉬워하시는 회원님들께 늘 죄송한 마음 한가득인데요. 올해 아리수만큼은 그런 말씀 안 나오도록 제가 충분히 물량 확보하고 올라왔습니다.
저에게는 늘 추석이 걸림돌인데요. 추석 연휴 때문에 앞뒤로 거의 일주일을 택배 배송을 못하게 되니 말이죠. 올해는 추석 이전에 판매되는 물량 추이에 따라서 추석 이후에도 아리수 판매를 지속할 플랜 B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리수는 저장성이 좋은 사과라서요.
별 관심이 없으실 수도 있는데 올해 농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인력란입니다. 코비드 19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인건비가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외국인 노동자의 인건비가 10시간에 9만 원 했던 장수는 올봄에 9시간에 9만 원으로 조정이 되었다가 지금은 9시간에 11만 원까지 올라간 상황입니다.
이 인건비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하는 방법으로 저는 현재 관행처럼 해온 잎 소지(적엽) 작업과 반사필름을 깔지 않는 방법을 오래전부터 제안해왔고 일부 시행해오고 있지만 농가의 입장을 고려하면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사필름은 환경을 고려하면 하루빨리 없애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고요.
올 겨울 수확할 후지 사과. 추석이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잎 소지(적엽) 작업이 시작될 텐데요. 올해는 장수 신농과 함께 제가 판매할 일정 물량에 한해 잎 소지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 방안에 대해서 어제 꽤 진지하게 논의를 했고 올해부터 일부 시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관련 소식은 추후에 다시 자세하게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