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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Jan 11. 2020

꼭지를 만났습니다

농부와의 바통터치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채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 차에 접어든다.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농산물 유통구조는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었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모 지상주의'가 농산물 시장에서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나는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했다. 


2018년 공씨아저씨네는 리브랜딩을 하며 새로운 symbol을 맞이했습니다. 1차원적인 형태로 보면 감귤을 위에서 바라본 모양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공’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동그라미(정원)’로 표현하고 공씨아저씨네의 첫 상품이었던 ‘귤’의 이미지로 시각화하였습니다. 직관적으로 과일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가장 쉽고 완벽한 형태인 동그라미로 풀어낸 심벌마크입니다. 과일 본연의 시간과 원칙을 엄격히 지켜 기본에 충실한 과일을 판매하는 공씨아저씨네의 철학을 담고 싶었습니다.   


리브랜딩 작업은 웹사이트 리뉴얼을 전재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심벌 역시 웹사이트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게 작업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런 그림의 웹사이트를 머릿속에 그린채 말이죠.


과일을 위에서 보면 꼭지 부분이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꼭지 부분을 볼 수 있는 것은 수확을 한 이후입니다. 나무에 달려있을 때는 가지(줄기)에 매달려있기 때문에 꼭지 부분을 볼 수 없습니다. 비로소 수확을 한 이후에야 볼 수 있는 것이 이 꼭지입니다. 


결국 과일의 꼭지는 농부와 저와의 바통 터치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꼭지가 보이는 순간 농부의 역할은 끝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웹사이트에서 이 꼭지를 볼 때마다 강한 책임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잘하는 일만 남았구나 싶은 마음이 들죠.


이제는 농사만 잘 짓는 것으로는 농부 노릇 못해먹는다고 자꾸 딴짓을 하라고 부추깁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발 벗고 나서서 농부 교육시키기에 열을 올리죠. 그러나 저는 아직도 농부는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판매는 저와 같은 유통인의 몫인 겁니다. 



지금 저만을 바라보는 많은 꼭지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인 지금도 사무실에 출근해서 저를 찾아준 감사한 꼭지들 좋은 주인 찾아갈 수 있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새벽 배송이 상식이 되어버린 시대에서 공씨아저씨네는 역으로 느림을 추구합니다. 맛있는 과일의 비법은 없습니다. 잘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하는 상식을 지킬 뿐입니다. 본연의 맛과 향이 살아있는 과일이 크고 예쁜 과일보다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과일의 선별기준을 바꾸겠습니다.


과일가게 문을 연지 벌써 햇수로 10년 차에 접어듭니다. 


상식적인 과일가게
공씨아저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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