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30
올해 크리스마스는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로 온 가족과 함께 했습니다.
24일 17:00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는데 저희 가족은 20:00부터 보기 시작했어요. 오픈 후 3시간이 지난 후였는데 검색을 해보니 실시간 댓글에는 악평들이 쏟아지더군요. 다음날부터는 SNS에도 후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 8시간짜리 쓰레기를 봤다는 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로 악평 일색이더군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저는 나름 괜찮게 봤어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말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대중들의 태도가 좀 아쉽더군요.
얼마 전 업계 동료들과 요즘의 '후기'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H 씨는 요즘 소비자들은 화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요. 온갖 곳에서 각종 후기들이 넘쳐납니다. 배달 어플 후기들을 보니 가관이더라고요. 연예인들이 악플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들도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고요.
대학교 전공 수업 때 인터넷의 익명성과 실명제에 관해 수업시간에 토론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마 시험 문제로도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 20년도 훨씬 넘은 이야기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재미없을 수 있죠. 다양한 비평과 평론은 그 자체로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한창 영화인의 꿈을 꾸던 시절에 정성일이라는 영화 평론가가 있었는데요. 굉장한 독설가였고 현학적인 표현을 남발하여 가끔은 좀 과하다 싶을 때도 있었는데요. 한 동안 그 사람의 영화 평론을 보려고 한겨레 21과 씨네 21을 구독하기도 했었습니다.
요즘은 영화 평론가라는 직업이 참 무색할 정도로 개인 스피커들이 워낙 많아 너도 나도 평론가인 시대입니다. 최근의 후기들을 보면 비평과 평론을 넘어 배설에 가까운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렇게 과격하게 표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좀 들더라고요. 가끔은 무섭기까지 합니다. 후기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은 아마 대부분 직업병으로 후기 노이로제에 걸리셨을 거예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연습.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는 연습. 건강한 토론을 하는 연습. 학교에서 진짜 해야 할 교육인데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수능과 내신 점수만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네요. 올해도 수능 만점자 인터뷰 기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