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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Jan 22. 2022

노지 한라봉

2022.1.22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노지 한라봉을 한번 먹어본 이후로 그 맛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주변에 노지 한라봉을 판매하는 곳을 수소문해서 먹습니다. 물론 제가 판매하고 싶지만 판매를 할 만큼의 물량을 재배하시는 곳을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노지 한라봉은 엔간하면 다 맛있습니다. 하우스 한라봉 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노지 한라봉이 무엇이냐고요? 흔히 농산물에 '노지'라는 이름이 달리면 하우스(시설) 재배가 아닌 하늘 뚫린 자연에서 자란 작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노지 한라봉을 재배하는 곳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제주 출장 가서 직접 뵈지는 못했고 친환경으로 재배하시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긴 했는데요. 워낙 고령이시라 택배 작업은 불가한 상황이라 너무 아쉬웠습니다.  


노지 한라봉이 어려운 이유는 냉피해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수확 전 눈을 왕창 맞아버리거나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게 되면 속이 잃어버려서 못 먹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노지 한라봉 재배하는 농가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너무 큰 도박이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한라봉을 검색하다가 XXX XXXX연합회에서 노지 한라봉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한 박스 구입해보았습니다. '노지 한라봉을 벌써 판다고?'라는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 노지 한라봉은 요맘때 잘 안 나오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쉽다'입니다. 무엇이 아쉽냐? 판매 시기가 아쉽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 빠릅니다. 과육의 색도 제대로 들지 않았고 조금만 더 있다가 수확했으면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을 것 같아서 더 아쉬웠습니다. 당연히 산이 너무 높습니다. 정말 신 것을 좋아하는 제 입에도 이건 좀 과하다 싶었습니다. 최소한 2월 10일 이후에만 판매했어도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마도 설을 맞이하는 대다수 농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산이 1.3-1.4 정도일 때 수확한 것들은 저장해 놓으면 자연스럽게 산이 빠지면서 맛이 더 좋아지는 것을 알기에 조금도 나뒀다가 먹을 생각입니다. 


명절이 과일을 망치고 있다는 제 믿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돈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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