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20
지금은 탄소 시대?
쓰레기, 플라스틱, 기후 위기를 지나 지금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단연 '탄소'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주목받는 이라기보다 탄소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아도 알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정확히 알아야만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테니까 말이죠. 사실 알고 보면 모두 같은 이야기입니다.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의 영역이 아닌 필수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책 한 권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이 책은 조금 건방진 마음으로 샀습니다. 주요 일간지에 농업 전문기자 한 명 없는 우리나라에서 감히 농업, 먹거리 이야기를 책으로 낼만큼의 전문성을 가진 '기자'가 있었던가? 싶은 마음에 얼마나 정확하게 현장의 이야기를 취재했는지 꼬투리를 잡겠다는 건방진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책이 도착하자마자 이틀 만에 완독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유일하게 포기했던 과목이 화학이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화학 덕분에 삼수를 했습니다. 원자와 분자의 구조와 주기율표는 아무리 봐도 이번 생에서는 저와 만나서는 안될 것 같다는 느낌만 반복될 뿐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를 알기 위해 원자 구조를 보고 있습니다. 이 탄소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온실가스를 비롯해서 탄소중립 같은 말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싶었거든요.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먹거리에 관련된 강연도 많이 들으러 다니고 많은 책을 찾아서 읽었지만 해당분야 전문가들(주로 이공계 학자들)이 쓴 책들은 저 같은 과알못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이해하려니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환경전문 '기자' 답게 저 같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알기 쉽게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잘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이 책이 있었다면 조금 덜 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얼마나 많은 양의 자료를 조사했고 공부했으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인터뷰를 하며 고민한 흔적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탄소배출, 온실가스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는 늘 원자력, 화력 발전, 내연기관만 떠올릴 것입니다. 먹거리를 기를 때 전 세계 연간 온실가스의 20%가 배출된다는 다소 생소하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이 책은 출발을 합니다.
매일 무엇인가를 먹고살면서 농업은 나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셨던 분들. 그리고 먹거리나 환경에 관심은 많은데 무슨 공부를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께 좋은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농축어업과 온실가스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올봄은 가뭅니다. 이 일을 십 년 넘게 하다 보니 한해에 내리는 강수량의 총량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더군요. 통상 봄에 비가 안 오면 여름에 5지게 와서 총량을 채우고야 말던데... 올여름이 걱정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