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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Jun 23. 2022

폭염은 공평하지 않다

2022. 6.23


집에 에어컨을 처음 놓은 것은 불광동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간 1998년이다. 아파트라는 곳도 신세계였는데 에어컨이라니... 여전히 부모님은 그러시지만 전기요금 아까워서 잘 틀지 않는 게 우리 세대의 에어컨이다. (부잣집 도련님들에게는 미안. 나와는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테니...)


예전에는 에너지 효율등급 좋은 에어컨이 잘 없었는지 내가 결혼하면서 산 에어컨도 어찌나 전기 요금을 많이 먹는지 일 년에 제일 더울 때 딱 일주일. 제일 더울 때 딱 2시간만 틀어도 한 달 전기요금이 20만 원 가까이 나오는 전기 먹는 하마였다. 결국은 버렸다. 진즉에 버릴걸 후회하면서 말이다. 


나에게 여름은 당연히 더운 거고 우리 어머니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 이야기 '더우면 찬물로 샤워해'를 아직도 실천하면서 여름을 나고 있다.  


어느덧 에어컨이 없는 곳은 여름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인식이 되어간다. 사무실 에어컨 적정온도를 지키는 곳들은 잘 없다. 우리 사무실 건물에서 내가 유일한듯하다. 다녀보면 보통 21도 22도로 설정되어있는 곳이 허다하다. 물론 춥다. 에어컨 틀고 춥다고 긴팔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일까?


보통 점심시간 텅 빈 사무실 곳곳을 누비며 몰래 에어컨 온도를 올려놓는다. 물론 금세 다시 22도로 바뀌어있다. 


안다. 나는 늙은이고 한국전쟁을 겪지는 않았지만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비가 오니 집안에 습도가 높다.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데 비가 들이쳐 창문을 닫았더니 더 습하다. 에어컨을 틀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 이 정도에 에어컨은 노! 선풍기로 타협을 보았다. 


이 뉴스를 보고 난 이후로는 더울 때면 계속 생각난다. 농장 99명 주택 내 111명. 집에서 그것도 더워서 목숨을 잃다니. 농민의 숫자도 사실 그에 못지않다. 지난주 경북 경산은 연일 35-36도를 오가는 폭염이 계속됐다. 난 시원한 사무실에서 손가락 까딱까딱하면서 과일 파는데 정작 이 과일의 주인은 선풍기 바람 하나에 의존해서 땀을 몇 바가지를 쏟아가면서 작업하시느라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괜스레 죄송스러워서 평소에 잘 쓰지는 않는데 깨깨오 선물하기로 치킨을 보내드렸다. 저녁에 맥주 한잔 하시면서 하루라도 푹 쉬시라고 말이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보통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찾아오지만 올해는 폭염이 먼저 왔다. 질세라 장마가 시작이다. 


https://youtu.be/v4SNVXZrV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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