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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hn Feb 21. 2016

안녕, 나의 우주.

더 이상은 힘들거란 걸 이제는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제는 마음 놓고 울었던 것 같구요.
당신은 아마 놀랐을거예요.
내가 우는걸 처음 봤을테니.
언제나 멋있는 나이고 싶어 나는 그 긴 세월동안 당신 앞에서 운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그렇게 참았던 눈물을 터트림으로써,
드디어 마지막이 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13년 전 이맘때 였을까요?
우연히 만나 우연히 웃었고 우연히 손을 잡으며 시작되었던 연이 참 길게도 이어져 왔습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바쁜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는 일 밖에는 없었습니다.
보고싶어 찾아가면 당신은 바쁘다며 날 두고 돌아서기 일쑤였고 그때는 그게 아픈건줄도 몰랐습니다.
결국 나는 지쳤고 당신은 내가 지쳐 돌아설때마다 다시 나를 찾았습니다.
당신이라는 우주를 완벽히 벗어나는 방법을 몰랐던 나는 당신의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렸고, 그러길 수십번.

그렇게 13년이 흘렀습니다.
나는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관계만이 인연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와 나는 인연이었습니다.
헤어졌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쁘게 말한적도 많았습니다.
나에겐 보고싶을때 봐야하는게 사랑이었다면 당신에게는 더 나아질 미래를 위해 당장은 보고싶어도 참을 수 있는 마음,

그게 사랑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뭐 하나 맞지 않는 당신을 마음에 두고 살면서 당신을 내 마음속에서, 내 입 속에서 갈기갈기 찢어 죽인적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인연이었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결국 우리는, 사랑이었습니다.
밉기만 했다면 나는 언제든 당신 앞에서 자유롭게 울 수 있었을 거예요.
사랑했기 때문에 울 수 없었고 울지 않았습니다.

당신도 나 때문에 많은걸 참고 살아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미래에 우리가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해 놓는 것.

미래의 예쁜 그림 안에 항상 날 두고 힘을 내는 것.

당신에게는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안올지도 모를 내일을 위해 오늘의 마음을 참는게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했고 아프게 했습니다.

당신을 잊고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건, 그 그림안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고,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 가능 한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13년이라는 긴 시간의 끝을 이 곳에 기록해 놓기로 합니다.

나는 당신이 완벽히 잘 살기도, 그렇다고 완벽히 불행하기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의 인생을 살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한번 당신이 세상에 온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 당신의 방법대로 사랑하며 사랑받길 바라겠습니다.

13년을 알고 지내면서 처음 본 내 눈물이 마지막 눈물이 되어 미안합니다.

잘 살아요.

잘 살아요 나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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