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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노을 Jan 22. 2021

저 그렇게 쉬운 사람 아닙니다

브런치는 기회의 장이다

브런치 작가로 승인받기까지 장고를 치른 탓일까?

되려 승인받은 이후에 활동이 뜸했던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글을 쓴다는 자체가 질려버린 것은 아니지만, 산의 한 고개를 넘어섰다는 약간의 우쭐함과 더불어 지침에 대한 스스로의 기약 없는 휴식에 들어갔던 것 같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차근히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해의 시작과 함께 나는 정말 아침과 점심 사이의 그 어느 즈음에 즐겨먹던 브런치와 같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아내와의 조금은 장난스러운 그러나 사랑스러운 글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 열어 보았던 메일함에 '브런치'에서 보낸 메일이 떡하니 와 있는 게 아닌가?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을 클릭하는 순간 '강의, 섭외 요청'이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내가? 왜? 내가 뭘 한 거지?'


글을 읽어보니 내가 브런치에 썼던 아내와의 결혼 이야기로 인해 나를 연애 상담사로 초빙하고 싶다는 어느 기업체의 제안이었다.


브런치에서 새로운 제안이 담긴 메일이 왔다



'이거 재미있네?'


나는 브런치를 통해 하나 이루어내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내 재미난 이야기들을 담아 책으로 한 권 엮어보는 것인데, 강의나 상담 등의 요청이라니 이거 참 신기함을 넘어 신선한 냄새가 풀풀 풍겨온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전에 나였다면 옳거니 하고 바로 답신을 보내,


"네, 제가 바로 연애 상담에 적합한 그 사람입니다. 진행하시죠"


라고 했었을 텐데, 나는 조심스레 one step back.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편하다. 글을 쓰기 편해하는 것은 글을 잘 쓰는 것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든 마음먹은 대로 글을 써낼 수 있다.(물론 필력이 더 좋았으면 하는 바램은 있지만)


브런치를 통해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에 약간은 들떠 있을 때쯤, 내가 홀로 연구하고 있던 '카피라이팅'에 대해서 글을 하나 올렸다. '카피라이팅을 배우지 않았지만 카피라이팅을 합니다'. 나는 전문적으로 마케팅이나 광고 비지니스를 배운 적은 없다. 다만 내게 있는 글과 감이라는 이 두 가지를 잘 조합하여 캐치 프레이즈나 혹은 카피라이트를 만들어 보곤 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기록물이나 혹은 누군가 내게 작업을 요청하는 제안을 받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다음 날 브런치로부터 또 다른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인터뷰 요청'


응? 또? 나는 답을 하지 않은 연애 상담소에서 연락이 온 줄만 알았는데 이번에는 카피라이터들에 대한 취재와 인터뷰를 위해 트렌드 인사이트라는 회사에서 브런치를 통해 연락을 준 것이다. 조회수가 1만이 넘는 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대형 출판사나 기업들이 '대어'만을 낚기 위해 브런치라는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탐색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보잘것없는 피래미들을 잡기도 하고, 민물고기를 잡으려 다니기도 한다. 그래서 가능성이 있는 물고기들은 어항에 가두어 놓고 자랄 때까지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 어항이 물고기를 품을 수 없게 되면 그때는 양식장으로 데려가 더 자라게 만든다.


강연, 섭외 그리고 인터뷰가 담긴 제안서


그런 의미에서 나는 '브런치'는 기회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어떤 기회이든 공평하고 재미있게 나눠줄 수 있는 그 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 그래서 나는 두 번째 강의, 섭외 요청에 어떻게 했냐고? 나는 이런 답을 내놓았다. '묵묵부답'.


나는 정식 카피라이터는 아니다. 다만 카피라이터들만큼의 감각이 있다고 스스로 자부할 뿐이다. 그래서 내가 인터뷰를 하는 것이 카피라이팅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계신 분들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내가 쓰는 글들은 조회수 20대를 맴돌며 파리 날리는 국숫집 같은 줄초상 같은 분위기지만, 이래 봬도 브런치의 섭외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한 작가이다.


"저, 그렇게 쉬운 사람 아닙니다."



https://brunch.co.kr/@unclepark/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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