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글 쓰는 법을 배우다
브런치에 도전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모른다. 물론 탁월한 기획력이나 필력이 있다면 한 방에 작가 타이틀을 획득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열 명 중 아홉은 탈락의 고배를 들이켰을 것이다. 개중에는 아직 브런치 작가 승인을 얻지 못해 '울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래도 '언젠가'라는 기약 없는 시간을 붙들고 이곳에 상주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몇 번의 시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작가로 모시지 못했다'는 브런치의 답신 메일은 도대체 누가 아쉬운 건지 모를 만큼 사람을 힘들게 한다. 승인이 거절된 자리에서 이런 메일은 아쉬움보다는 '짜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렵사리 브런치 작가가 되었는데 진짜 문제는 작가 승인 이후의 활동에 대한 부분들에 있었다. 글을 연재한다는 것은 나의 일상의 시간들을 쪼개어 '글쓰기'라는 활동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여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자기 혼자 글을 쓰고, 읽는 일에 만족하기 위해 글을 쓴다면 그것만큼 지치고 고된 일이 없다.
만약 기록이 주목적이었다면 나는 브런치보다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라고 적극 권장하고 싶다. 이곳 브런치는 일종의 '광장'이다. 종합쇼핑센터와도 같다. 각 코너마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글과 사진들, 작가들의 개성이 넘쳐나는 이곳 브런치는 저마다의 상점 가장 앞자리에 예쁘고 화려한 것들을 전시해놓고 사람을 불러다 모은다. 그 어느 상점도 '전시'가 목적인 곳은 없다. 모두가 '판매'를 위한 상점을 운영한다. 브런치 역시 자신이 열심히 쓰고 가다듬은 글들이 사람들에게 보이고 조회되는 '전시'를 넘은 '판매'의 자리까지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내가 평소에 브런치에 글을 쓰면 조회수가 기껏해야 두 자리를 넘지 않는다. 아주 좋은 글이라 생각하는 것도, 형편없이 느끼는 글도 모두 두 자릿수에서 함께 뒹굴며 뛰어논다. 사실 무엇에 대해 쓸까 막연한 생각들이 이런 결과를 이끌어내는 듯하다. 명확한 카테고리나 주제 없이 오늘은 산으로 갔다 내일은 바다로 가는 방향성 없는 불분명한 글은 분명 이 글을 찾는 독자들로 하여금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나는 얼마 전부터 아내와의 결혼 생활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올해가 벌써 결혼 5주년이 되고 햇수로는 6년 차에 접어들었으니 이미 시간적인 신혼생활은 끝이 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신혼처럼 살고 있다. 물론 아직 아이가 없다는 사실이 우리의 결혼생활을 여전히 신혼처럼 달달하고 재미있게 만들기는 하지만, 비단 자녀의 유무가 우리의 신혼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백 퍼센트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며칠 전 우리 부부가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글을 적었다. 보통은 여자가 말이 많고 남자가 과묵하다는 편견 가득한 사회 속에서, 나는 쉬지 않고 말하는 수다쟁이가 되어 버렸고 아내는 들어주는 대화 상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평소대로라면 기껏해야 조회수 20-30을 넘기지 못하는 글이 700대의 조회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분명 어디선가 터진 거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아직 어디서 그렇게 조회수가 늘었는지는 못 찾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조회수가 700이 넘었다는 기쁨에 곧바로 연재한 다음 이야기 '오늘 저녁은 내가 준비할게'가 무려 1만 회를 돌파했다는 사실이다. 유입경로를 찾아보니 모바일 다음 페이지도 있고, 카카오톡 #탭을 통해서도 유입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무척 신이 났다. 이제야 브런치가 제대로 된 작가를 알아보는구나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지난날들의 승인 실패를 1 만회라는 조회수로 보상을 받았다 생각했다. 조회수가 1만 회가 나온 것은 이틀에 걸쳐 이루어낸 성과이다. 첫날 5천 회는 조금 지켜보았고, 둘 째날 5천 회는 정말 신이 나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가서 오르는 조회수를 살펴보았다.
'이 정도면 성공했다. 이제 됐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어설픈 자만심이 어깨 위에 살짝 내리 앉았다.
나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생각에 쉬지 않았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풀어내고 싶었던 장난스러운 우리 이야기 위에 조금 스윗하고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적어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전에 올린 글이 조회수 1만을 넘어 1만 3천 회를 향해 치닫고 있는데 새로운 글이 20회를 넘지 않는다.
'뭔가 잘못된 일이구나'. '브런치가 고장 났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브런치 통계를 수 없이 새로고침 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럼 그렇지. 브런치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구나.'
이틀간의 꿈같은 조회수 1만을 찍고 나는 다시 서서히 내 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일장춘몽이 이런 것인가? 그것이 어찌 되었든 나는 달콤한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여전히 부족한 내 글을 스치듯 읽어준 일만 여명의 브런치 구독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
브런치에서 나는 글쓰기를 배웠다. 글은 조회수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글쓴이의 철학과 감정과 생각, 그리고 마음과 일상이 담겨 있다는 것을. 잘 쓰려면 잘 살아내야 한다. 잘 살아내는 것이 좋은 글을 만들어 낸다. 브런치는 내게 그것을 정확히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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