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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노을 Aug 31. 2021

브런치 글쓰기가 부담스러워요

글쓰기도 도비처럼 자유롭게

오래전부터 글을 써왔다.

누구보다 글을 잘(good) 쓸 자신은 없지만, 누구보다 글을 잘(often) 쓸 자신은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글감을 찾는 일이나 빠른 시간 내에 글을 작성하여 포스팅하는 것쯤이야 내게는 일도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글을 쓴다는 것이 늘 유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정성스럽게 글을 만들어가는 작가님들을 생각해보면, 내 글은 이제 막 글쓰기 동아리에 가입해 첫 제목을 부여받고 어찌 쓸지 갈피를 잃은 첫 수강생의 글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이미 누군가와의 글과 비교를 하기 시작하는 그 자체가 글을 써야 하는 순수한 목적을 상실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글'이라는 사슬에 사로잡혔다. 이따금씩 좋아요를 눌러주는 몇몇 너그러운 분들 덕분에 글을 쓰는 재미를 붙였었는데, 밑천이 다 드러난 나의 글쓰기는 분명 재정비가 필요했다.


그렇게 몇 달을 쉬었다. 개인의 노트에 끄적이는 몇 글자들을 제외하고는 브런치에 공식적으로 단 하나의 글도 포스팅하지 않았다. 글을 쓴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알려주는 브런치팀의 친절한 알림만이 브런치와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 앞에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글을 다시금 시작하고자 한다. 내가 나를 위해 글을 쓰지 못한다면, 훗날 결코 누군가를 위해서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뼈저리게 배웠다. '각인'된다는 것은, 지워지지 않게 새겨짐을 말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닌, 그냥 '글'을 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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