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단계. 기록의 중요성

흐릿한 잉크가 선명한 기억보다 오래간다.

by 작가 노을

글쓰기 수업 여덟 번째 수업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을 통해 문장을 가지 치는 법에 대해서 잘 익히셨나요? 최근 몇 번의 수업 들을 통해서 여러분들이 글을 쓰는 실제적인 방법과 기술들을 배웠다면, 이번 시간에는 그런 글이 써지기까지 뒤에서 필요한 준비 과정을 한 번 배워보도록 하죠. 여러분은 혹시 일기를 쓰시나요? 저는 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기에 관한 재미난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제가 초등학생 때 방학이 끝나갈 무렵 삼촌댁에서 며칠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신나게 뛰어노는 것이야 원래 제 전공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곧 개학을 하고 나면 내야 할 방학숙제가 생각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부리나케 찾아 열심히 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일기였습니다. 원래 일기란 매일매일의 하루 가운데 일어나는 일들을 적는 것인데, 그때까지 저는 일기 쓰기를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 그날 한 달 치의 일기를 몰아서 썼습니다. 그것도 앉은자리에서 한 번에요. 삼촌이 그 장면을 보시고 혼내기보다는 놀라셔서 ‘이놈 나중에 뭘 해도 하겠구나’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생이 한 달 치의 일기를 매일 다른 내용으로 앉은자리에서 썼다는 그 자체가 놀랍습니다. 제아무리 기억에 근거한 사실을 적었다 해도 어느 정도의 꾸밈은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어쨌든 저의 글쓰기는 그때부터 준비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왜 일기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했는가 하면, 글쓰기 연습에 일기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기 위해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난 것들을 글로 적어내야 하기 때문에 글쓰기 연습으로는 안성맞춤인 것입니다. 제가 이번 수업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많은 글쓰기 작가들이 말하는 대로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기록에 대한 좋은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기록을 조금 더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은 서점으로 가보시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록은 기억하기 위함이다

저는 기록을 하는 여러 목적들 가운데 제일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시간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흘러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때 기록으로 남겨 놓으면 언제나 마주할 수 있는 현재가 됩니다. ‘기억의 현재화’가 왜 중요하냐고요?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기억은 여러분의 가장 좋은 글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또 다른 책에서 다루기야 하겠지만, 글쓰기에서 ‘글감’은 정말 중요한 재료입니다. 그런데 이 최상급의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기록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 결코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되겠죠?


유명한 유튜버 김짠부는 자신의 영상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기분을 먼저 적어보는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을 해요. 가장 먼저 우리가 쉽게 적을 수 있는 게 자신의 감정, 기분이잖아요? 그러니 기록을 시작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은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그것이 종이에 적는 펜이 되었든 여러분의 블로그가 되든 sns 계정이 되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기록한 것들을 잊지 않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편리함이 동반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메모를 사랑하다

사실 저는 ‘메모광’입니다. 세상에서 아이디어를 놓치는 것을 제일 아쉬워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생각이 날 때마다 메모장을 켜서 떠오르는 것들을 적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말이죠. 심할 때는 샤워하는 도중에 생각나는 아이디어 혹은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그 단어들이나 문장을 노래처럼 흥얼거리며 나오자마자 핸드폰이나 메모지에 적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도중에도 이거다 싶은 것은 양해를 구하고 그 앞자리에서 적습니다. 물론 큰 실례이지만, 가급적이면 양해를 구하고 적는 편입니다. 정말 적을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운영하고 있는 ‘삶의 이유’라는 계정은 현재 약 8천여 명의 팔로워가 있습니다.(2021년 2월). 저는 거의 매일 이 계정을 통해서 짧은 에세이를 카드 뉴스식으로 전하고 있는데요, 이 계정을 생각하며 그날 저녁에 나눌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작은 글감이라도 스쳐 지나가면 바로 적어 놓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핸드폰 메모장에는 ‘삶의 이유’라는 폴더가 하나 따로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국 ‘삶의이유’라는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삶의이유’, 세움북스, 2020)


기록하는 방법

여기서 여러분에게 기록을 메모로 남겨놓는 좋은 꿀팁을 하나 알려드려야겠습니다. 저는 메모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사용하는 기기들의 ‘연동성’을 최고의 중요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핸드폰에 메모를 해도 태블릿을 통해 볼 수 있고, 집에서 컴퓨터에 기록한 메모장을 밖에서 이동하는 가운데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연동을 말이죠. 시중에 좋은 앱들이 많이 나와서 여러분들의 취향에 맞게 사용하시면 되지만, 저는 기본 메모가 제일 편리하고 좋더라고요.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맥북. 이 세 가지가 혼연일체가 되어 제가 어디를 가든지 열어볼 수 있어서 메모와 기록을 남기는 데 있어서 큰 유익을 누리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 마케터 출신인 <기록의 쓸모> 저자 이승희 씨 역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결국 책까지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무언가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기록하는 연습을 잘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메모장은 여러분의 글쓰기 창고가 될 것입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여러분의 기억의 창고, 기록의 창고를 열어 글쓰기의 소재로 하나둘씩 써보면 좋겠습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자주 쓰는 인용구를 하나 소개하고 마칠까 합니다.


“당신의 선명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간다”


실천해보기

오늘부터 일기 쓰기 시작! 사람이 하나의 습관을 만드는 데 21일이 걸린다고 하죠? 오늘부터 3주 동안 매일 일기를 써보도록 합시다. 짧아도 괜찮아요.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건너뛰지 말고 한 번 성실하게 도전해 보도록 합시다.



메모 노트를 만들어 보세요. 큰 주제이든 작은 주제이든 상관없이 모든 메모를 기록할 수 있는 노트를 만들어 봅시다. 앞으로 메모하는 삶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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