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격이 튼튼해야 살도 잘 붙는다.
이제 어느덧 수업을 하나 남겨 놓은 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며 수업을 해보도록 하죠. 지난 시간에는 글을 쓰기 위한 글감의 저장창고를 채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기록과 메모를 통해서 창고를 채우고 필요한 재료들을 꺼내어 글을 쓸 수 있는 방법들을요. 이제 이번 수업은 그런 글감들을 어떻게 잘 정리하고 조합해서 하나의 큰 글을 완성할 수 있는지 보도록 합시다. 어쩌면 이번 수업은 한 편의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을 넘어 하나의 책을 쓰고자 하시는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우리가 어릴 적 학교에 다니면서 혹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나 수업을 듣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글의 구조를 ‘서론-본론-결론’으로 정해서 쓰라는 글쓰기 방법일 것입니다. 저도 이런 방법들을 생각하며 글을 쓸 때가 많았습니다. 서론은 앞으로 내가 쓸 글에 대한 기본적인 도입부로, 본론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아내는 핵심부로, 결론은 내가 주장한 내용들을 마지막으로 강조하며 맺는 끝부분으로 쓰는 형식이 바로 ‘서론-본론-결론’ 글쓰기 방식입니다.
‘기승전결’ 방식의 글쓰기
그런데 <기자의 글쓰기>의 저자 박종인 씨는 자신의 책에서 서론-본론-결론이 아닌 ‘기승전결’ 글쓰기를 제안하였습니다. 요즘 우리가 ‘기승전결’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며 ‘무엇을 말하든 그것으로 끝난다’는 비꼬는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 박종인 씨의 책에서 기승전결에 대해 잘 정리된 글이 있어 같이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승전결의 ‘기’는 일으켜 세울 기이다. 이는 글에서 주제를 일으키는 단락을 말한다. ‘승’은 이을 승이다. 기에서 일으킨 주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단계이다. 앞에서 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비슷하게 이끌며 이어간다. ‘전’은 돌릴 전이다. 지금껏 숨 가쁘게 달려왔던 글의 장면과 메시지를 새롭게 전환시키는 단계이다. 전은 철저히 마지막 결론에 내뱉을 한 방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부분으로 보아도 된다. ‘결’은 맺을 결이다. 글의 전체를 묶어서 정리하는 부분이다. 매듭을 꽁꽁 묶어 풀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결론이다.”
(“기자의 글쓰기”, 박종인, 생각 정거장, p183-188)
‘서론-본론-결론’의 글쓰기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방식이 있어서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기승전결’의 글쓰기든 ‘서론-본론-결론’이든 여러분이 편한 방식을 택하여 쓰시면 되지만, 중요한 것은 글은 반드시 뼈대(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글의 구조를 최우선으로 잡아라
저는 개인적으로 세 권의 종교 서적을 출간하였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했던 일중에 하나는 내가 쓰고자 하는 책의 목차(contents)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목차를 만들어서 어떤 내용들을 담아내야겠다고 먼저 생각을 했습니다. 작게 보면 목차를 통해 한 편의 글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목차들의 연계점을 생각하며 앞 단원과 뒤 단원의 상황을 고려하고, 너무 분산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끈을 묶어두는 과정이 목차 생성에서 진행됩니다. 저는 그래서 책을 쓰거나 혹은 여러분의 글의 구조를 잡는 일이 글쓰기의 9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전자책을 만들면서도 가장 먼저 한 일과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이 바로 목차 부분이었습니다. 내가 이 짧은 한 권의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들은 무엇이 있는가 생각해보고 순서들을 만들어 가는 부분이요. 글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글의 골격이 형성이 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 됩니다.
글의 구조 만들기
그러면 어떻게 목차를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제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들을 여러분들에게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저는 먼저 연습장을 하나 준비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노트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컴퓨터의 빈 화면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을 초안 페이퍼로 사용합니다. 제 모든 생각과 아이디어를 적어 놓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구조를 잡아가는 것이지요. 그리고는 그 페이퍼를 토대로 글을 써 나갑니다. 지금 이 글도 마찬가지고요.
브레인스토밍
제가 구조를 잡을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뇌 속에 폭풍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멋지게 들리시죠? 이걸 조금 더 단순하게 표현하면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적기’입니다. 어떠한 제한이나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생각이 나는 모든 것을 적는 것입니다.
이전에 메모나 기록으로 남겨두었던 것들을 꺼내오기도 하고, 지금 책상에 앉아서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들 가운데 떠오르는 것들을 적기도 합니다. 먼저 단어들 위주로 적습니다. 그리고 나면 적은 단어들 중에 비슷한 부류의 단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단어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주고, 각 그룹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만들어 구조를 형성해 나갑니다.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그냥 닥치는 대로 적으며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하다 보면 흩어져 있는 생각의 파편들이 하나로 모여 퍼즐 맞추듯 큰 그림으로 보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마인드 맵
제가 또 즐겨 쓰는 방법은 ‘마인드 맵’ 그리기입니다. 글이나 책을 쓸 때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핵심 단어, 주제를 가운데 배치해 놓고 가지치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일곱 번째 수업의 문장을 잘라내는 가지치기의 의미가 아니라 생각의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내는 ‘이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꼬리물기’ 비법을 하나 더 공유하자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서 구조를 완성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한 번 예를 들어보도록 하죠. 전체적인 주제는 ‘책을 쓰는 것’으로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쓰고 싶다-> 왜 책을 쓰고 싶은가?-> 내 글의 기록물을 남겨 놓고 싶어서-> 내 글의 기록물을 남겨 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평소에 기록하는 연습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기록하고 메모를 남겨 놓을 것인가?-> 내가 좋아하고 관심 가지는 것들을 기록할 것이다-> 내가 관심 가지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에 관심이 많다-> 이것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앞으로 마시는 커피들의 종류와 맛에 대한 느낌을 기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고, 다른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커피의 종류와 맛 그리고 역사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한다.”
이런 식의 꼬리물기를 통해서 목차들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꼬리물기를 여기까지 해왔다면, 저는 목차를 커피의 역사, 커피의 효과, 커피의 종류, 커피를 만드는 방법, 커피가 맛있는 카페 추천 등으로 목차를 간단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여러분만의 구조 만들기 방식을 통해서 글의 전체적 개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또한 목차를 만들 때 너무 디테일하게 들어가서 그 단원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식상하지 않도록 해야 함과 동시에, 무언가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살짝 호기심도 자극해 준다면 가장 좋은 단원의 제목들이 되겠죠? 이제 우리 연습해보기를 통해서 목차 만들기를 실제로 해보도록 합시다.
연습해보기
나만의 브레인스토밍 (쓰고 싶은 글에 관련된 생각나는 모든 단어들을 적어보시고, 같은 분류로 나눌 수 있는 단어들은 색이나 동그라미로 구분하여 그룹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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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맵, 꼬리물기(내가 쓰고 싶은 글에 대한 핵심 키워드를 하나 정하고 그에 대한 질문과 답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구조를 만들어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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