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들어가 오천원을 결제한다. 코 끝에 머무는 향긋한 커피 향내와 반듯하고 정갈한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잠시 뒤면 커피 한 잔을 공짜로 받는다. '커피 한 잔을 공짜로 주는 곳이 있어?'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카페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천원에 분위기를 사고 커피 한 잔을 공짜로 선물 받는다.
그래서 이제부터 오천원을 내고 구매했던 다양한 분위기들을 글로 적어내 보려 한다. 거기에 공짜로 주는 커피가 맛이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 기분 좋은 나만의 카페 투어를 시작해 본다.
서울 도심 속에 가장 외국스러운 동네 이태원. 중심가를 따라 걷다 보면 그 길의 끝자락에 도심 속의 작은 정원이 있다. '앤트러사이트' 한남점. 나는 특별히 공짜로 주는 이 곳의 커피 맛이 좋아 자주 찾는 카페이기도 하다. 물론 체인점이 있기에 지역을 이동하게 되면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앤트러사이트를 찾는 편이다.
1층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을 그대로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원한 전면 통유리가 있다. 마시고 싶은 커피와 입안을 기분 좋게 가득 채울 작은 마들렌을 주문하고 밖을 내다본다. 저마다 무슨 사연들이 있는지 다 알 수는 없지만, 추운 날씨 속에 몸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녹이고자 애인의 팔을 꼭 끌어안은 몇몇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문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만델링(원두) 한 잔을 집어 들고 2층에 올랐다. 뒤편 창문 뒤로 보이는 서울 시내의 전경. 조금은 높은 지대에 자리 잡은듯한 카페의 위치가 꽤나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2층 중앙에 펼쳐진 작은 정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요즘 카페들은 조금은 모던하고, 조금은 트렌디하게 인테리어를 꾸민다. 그러나 앤트러사이트 지점을 다녀볼 때면 아직은 마무리되지 않은 듯한 공사현장에 있는 느낌을 들게 한다. 못 미더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런 불편한 마음들을 이내 사로잡는 환경적인 인테리어가 사소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앤트러사이트 제주점은 한 벽면 전체를 마치 공원에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조성해 놓았다. 마감되지 않은 불편한 느낌의 공사현장과 친환경적 상쾌함이 공존하는 앤트러사이트만의 특별한 느낌이 오천원 치고는 꽤 괜찮은 분위기를 구매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나는 이 곳에 앉아 '친환경'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최근 친환경 제품 사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내 덕에 자연스레 접하게 되었던 '대나무 칫솔'. 취지와 의도는 좋았지만 좋은 목적만큼이나 용도의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 아무리 부드럽게 갈고닦아 만들었다지만 플라스틱 칫솔과는 다르게 끝부분에서 뭉툭하게 걸리는 불편함은 뭐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아마도 조금 더 좋은 제품으로 퀄리티를 높여 쓸만하게 만들려면 친환경 제품일수록 단가가 더 많이 들것이고, 그에 따른 사용자들의 유입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친환경과 일상의 유기적인 조화를 위해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당장 집에 있는 친환경 수세미로 설거지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봐야겠다.
거품이 잘 안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