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버려진 곳은 없다 '커피냅로스터스', 평택 카페

by 작가 노을

간판이 보이지 않는 건물을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이라면 더더욱. 간만에 월차를 내고 아내와 고향집을 찾았다. 아침부터 쫄쫄 굶고 운전을 한 탓인지 멋드러지게 차려진 점심 식탁을 게걸스럽게 비워냈다. 언제나 그렇듯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면 자연스레 주변에 카페를 검색하게 된다. 지난 20여 년간 내가 살아왔던 고향 평택. 시골스러움과 도시스러움이 어색한 조화를 이루는 정겨운 동네다.


고향을 떠나 서울살이를 몇 년 하고 나니 허허벌판마다 상가와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그새 많이 변해버린 동네와 골목마다 들어선 크고 작은 카페들은, 아직 고향에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 내가 쉽사리 문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차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요즘 '핫'하다고 알려진 '커피냅로스터스'로 향했다.



간판도 없고 그렇다고 누가 봐도 카페다!라고 생각할만한 랜드마크도 없었다. 그저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인터넷에서 봤던 사진을 기억하는 감각에 따라 주변에 차를 대고 카페 문을 열었다. 작은 불평들이 미안할 정도로 문을 열자마자 카페 내부의 인테리어가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움푹 페인 카페 중앙은 작은 식물들과 아기자기한 조경으로 채워 넣었고, 한 때 작업장으로 쓰였던 것 같던 건물 자체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인테리어 마감처리를 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더 놀라웠던 사실은 이렇게 인테리어나 다른 장점들로 유명한 카페치고, 커피가 맛있는 곳은 드물기 마련인데 이곳 커피는 정말이지 최고였다. 하루에 한 잔 마시는 아내가 앉은자리에서 두 잔의 커피를 마셨으니 다른 말로 대체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접근성이 많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평일 오후 자리를 매웠고, 부드러운 드립 커피와 함께 넘어가는 촉촉한 빵 몇 조각들이 피곤함을 가시게 하는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먼 거리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마음은 천 번 만 번이다.





그곳에 앉아 잠시지만 '살아있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카페 내부를 둘러보면 곳곳에 살아있는 몇몇의 식물들과 죽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을 내고 있는 식물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바닥에 제법 예쁜 모습을 하고 자라난 푸르른 이끼들보다 죽어 있지만 사람들이 지나는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는 갈대가 더 아름다웠다.



때로는 우리의 삶도 푸르르나 이끼와 같이 누군가의 발에 밟히는 존재로 부벼질 수도 있지만, 작은 이끼라 해도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는 내일 다시 또 피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름다울지라도 내일이 허락되지 않은 여전히 잠들어 있는 갈대는 언젠가 그곳을 떠나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곳으로 버려질 테니.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아름답게 보이는 겉모습보다 훨씬 더 깊고 진한 아름다움을 가졌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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