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with ADELE
스치는 지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내게는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런 일들을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얼마 전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던 중 'One day with ADELE'이라는 콘서트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어마 무시하고 중엄한 이때에, 코로나라는 전염병을 마치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처럼 그들은 모여 노래하고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아마도 미국이니 가능하겠지'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으나, 나도 모르게 그 한 마디가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아내 인생 3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마주쳐보지 못했던 그 한 사람. 아내가 이미 알기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이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던 세계적인 가수 '아델'. 아내는 계획도 없는 그녀의 콘서트를 끝나기 아쉬울 때까지 눈이 빠져라 귀가 떨어져라 보고 듣고 있었다. 자유자재로 노래를 가지고 노는 그녀의 노래실력뿐 아니라, 손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작은 제스처까지 어느 것 하나 우리를 사로잡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날 이후 아내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아델'을 만나고 있다. 이전에는 영어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할지라도, 아델의 노래 덕분인지 몇 소절씩 외워서 부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본다. 인스타그램이든 유튜브든 그가 나오는 모든 영상과 사진들을 하나씩 섭렵해가는 모습을 보며, 스치듯 지나는 인연에서도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한다.
그날 그 시간, TV를 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델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요즘처럼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아델을 떠올리는 즐거운 아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한 사람의 인생의 분위기를 뒤바꾸어줄 만큼 뿜어져 나오는 영향력이란.
그녀 옆에서, 스쳐지나도 좋으니 그렇게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