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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노을 Aug 08. 2020

prologue

오후 다섯 시를 살아가는 우리들 

오후 다섯 시.

하루 중 내가 제일 애정 하는 시간이다. 지금은 나랑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전부가 되어버린 아내가 퇴근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헐떡대며 달리는 회사원들의 발 틈 사이에서 지는 석양을 보고 있으면 붉은 마음이 전해진다. 어떤 말로도 이 기분을 설명할 수 없다. 오후 다섯 시가 주는 기운을.


평온하다라든지 고요하다는 어쭙잖은 단어들로 사랑스러운 오후 다섯 시에게 거추장한 옷을 입히고 싶지 않다. 어떤 수식어도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후 다섯 시는 내게 그저 오후 다섯 시 인 것처럼, 누구에게나 오후 다섯 시였으면 좋겠다. 건너편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 아저씨에게도, 요란한 무늬의 장바구니를 가슴팍에 품은 할머니에게도 다섯 시는 그냥 다섯 시였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오후 다섯 시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글을 쓰려한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린 김 군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한 편의 글을 보고 피식 웃을 수 있도록. 복사기를 걷어차며 애꿎은 기계 탓을 하던 이 양도 집에선 따스한 차에 마음을 가라 앉힐 수 있도록. 몇 글자의 말들을 적어 고장 난 감정의 온도계를 올려주고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는 내 모습처럼, 이 글을 만나는 모든 사람이 오후 다섯 시를 오후 다섯 시로 진실하게 만날 수 있기를.


나는 오후 다섯 시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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