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 10시가 넘은 야밤에 달리기를 한다.
왜 하필 그 야심한 시각이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내가 왜 러닝을 시작했는지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평범한 직장인인 나에게 허락된 자유시간은 퇴근 이후뿐이다. 거기다 작년까지 병행했던 대학원의 평일 저녁 수업까지 고려하면, 그마저도 일주일에 겨우 두세 번이 전부였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아직 어린 두 아들이 있고,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퇴근 후 다시 '집으로 출근'해서 마쳐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재작년, 근 20년 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는 체력적으로 무척 버거웠다. 운동이라도 해야겠다 싶었지만 도저히 짬이 나지 않았다.
의지력은 약하고 몸치인 내가 집에서 홀로 무언가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고, 헬스장을 다니자니 가능한 시간대와 맞지 않았다.
주말은 가족을 위해 쓰기로 아내와 약속하고 시작한 학교생활이었기에, 주말 시간표 역시 내 몫이 아니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중간고사 시즌을 맞았다.
녹슬어가는 머리가 '나 좀 살려달라'고 외치던 밤, 바람이라도 쐴 겸 무작정 한강변으로 나갔다. 막상 나가보니 그냥 서 있기가 민망해 살살 달려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달리는 동안 온갖 잡념이 날아가고,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뒤엉켜 있던 생각들이 다시금 차곡차곡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러닝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수업이 없는 날을 골라 저녁에 뛰기로 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학교 과제가 발목을 잡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아내의 뜨거운 시선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 간다고 집 비우더니, 이젠 또 운동한다고 나간다고?'
그래도 내가 살아야겠기에 쏟아지는 레이저 눈빛을 피해 아이들이 잠든 밤 10시, 탈출하듯 한강으로 향했다.
몸치지만 나름의 지구력은 있어 꾸준히 거리를 늘려갔다.
하지만 운동 시간이 한 시간을 넘어서면서부터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오가는 시간과 준비운동,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포함하면 귀가 시간은 점점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운동 후의 각성 상태 때문에 취침은 더 밀렸고, 짧아진 수면 시간은 일상의 피로로 되돌아왔다.
하프 코스에 도전할 때는 야밤 훈련만으로는 도저히 부족했다.
결국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아내의 눈총을 감수하며 주말 틈새 시간까지 끌어다 써야 했다.
그렇게 눈치밥 먹고 잠을 줄여가며 10km 대회 한 번, 하프 대회 두 번의 완주를 일궈냈다.
그리고 이제, 대학원 졸업이라는 큰 매듭을 지은 지금 나는 새로운 정점을 향해 가려 한다.
그동안 일상의 틈새를 비집고 이어온 훈련의 조각들을 모아, 더 크고 뜨거운 목표를 향해 다시 한번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오늘도 나는 야밤에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