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름을 덜어내고 단단함을 채우는 연습
지난주 토요일, 젬코치(제미나이 코치)의 권장대로 12km 거리를 달렸다.
코치가 제안한 페이스는 6분 중반대의 가벼운 조깅이었지만, 막상 신발 끈을 묶고 도로 위에 서니 몸이 마음보다 앞서나갔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결국 5분 20초대 페이스로 달리게 되었다.
그 결과는 정직했다. 심박수는 금세 치솟았고, 다리에는 묵직한 피로감이 납덩이처럼 쌓였다.
나름대로 사력을 다해 뛰었음에도 좀처럼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하다. 4월 군산 마라톤까지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데, 연습량이 부족한 것 같아 자꾸만 조바심이 난다.
이런 나를 보며 젬코치는 다시 한번 단호하게 브레이크를 건다. 지금 느껴지는 피로감은 장경인대의 한계치에 근접했다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며, 훈련보다는 휴식과 보강 운동에 집중하라고 나를 타이른다.
솔직히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남들은 저만치 앞서 달려가는 것 같은데, 나만 너무 느슨한 계획표를 쥐고 있는 건 아닐까. "젬코치, 훈련이 너무 느슨한 거 아냐?"라고 재촉하며 마음은 벌써 저만치 앞서 나간다.
하지만 코치는 흔들림이 없다. 기초를 다지지 않은 채 속도만 탐내는 것은 결국 부상이라는 막다른 길로 가는 지름길임을, 이미 여러 차례 통증을 겪어본 나 역시 머리로는 알고 있다.
조바심은 결국 과거의 나, 혹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온다
하프 마라톤을 1시간 37분에 완주했던 기억이 지금의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하지만, 수술 후 회복 중인 지금의 내 몸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연초의 바쁜 일상을 쪼개어 달리는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채찍질이 아니라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직함일 것이다.
알면서도 참 안 되는 일이다.
맘만 급하게 먹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새긴다.
이제 나는 서두름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단단함을 채우는 연습을 하려 한다.
젬코치가 권하는 보강 운동과 휴식은 훈련의 공백이 아니라, 완주를 위한 가장 치열한 준비 과정임을 믿어야겠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도 때로는 느슨하게 풀어주어야 결정적인 순간에 화살을 가장 멀리 날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의 모든 레이스가 그렇듯, 달리기도 결국 제 속도에 맞춰 익어가기를 기다리는 ‘숙성의 미학’인 것 같다.
초조함에 등 떠밀려 속도를 높이기보다, 오늘 내게 주어진 느린 페이스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
여유는 나태함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단단해질 시간을 허락하는 배려다.
군산의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날, 웃으며 오늘의 이 여유를 추억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느긋하게, 하지만 우직하게 체력을 다져가고 싶다. 서두름을 덜어낸 그 자리에, 비로소 진짜 내 근육이 들어앉을 시간을 허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