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회뽕은 존재한다

by 아저씨의 뒷주머니

<2월에 블로그에 적었던 글을 옮깁니다.>


방학의 대미를 장식할 하프마라톤 대회를 드디어 마쳤다.

러닝이라는 것이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감정과 스트레스의 분출구가 되기도 할때가 있다.

하지만 이번 하프마라톤의 준비과정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늘어난 거리에 맞춰 연습을 해야하는데 맘처럼 안따라주는 몸뚱이와,

제약된 연습시간과 늘어난 연습량에 대한 가정내 불만까지 케어하느라 그랬던거 같다.

내가 무슨 도박이나 게임을 하는것도 아니고, 건전하게 운동하는 것까지 타박을 받는 현실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한 명의 공백이 육아난이도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때문에 그냥 죄인일수 밖에 없었다.

나중엔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으니 그냥 철면피가 되어 연습을 했던거 같다.

(그래도 여전히 억울하긴 하다.. 내가 왜?? 뭘 잘못했는데??)

연습은 주중 저녁엔 14키로 정도를 2회정도 뛰었고, 토요일에 아이들이 청소년센터 간 사이에 매주 2키로씩 거리를 늘려 마지막엔 20키로까지 뛰었다.

그리고 마지막 주에는 14키로, 12키로, 10키로 3번을 뛰었는데… 몸이 너무 무거워서 심지어 첫 14키로는 다 뛰지도 못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에너지젤을 때려박아도 급속히 저하된 체력이 도통 올라오지 않았다.

이번은 망인가… 그냥 맘을 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당일..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빵과 떡으로 탄수화물을 몸에 채우고 뚝섬으로 출발했다.

제기랄… 영하의 날씨에 너무너무 추었다.

출발 대기시간에 계속 몸풀기를 하였는데, 발끝 같은 몸끝부분이 너무 시려웠다.

나는 2시간10분이 목표인 C조에서 출발했다.

처음 신청때부터 완주가 목표였기 때문에, 안전빵인 조에 신청했었다.

사람도 많고, 한강변의 좁은길을 달려야해서 병목현상같은 부분이 걱정이 되어서 C조 제일 앞줄에 서서 출발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길이 넓었고, 좌우 갓길들도 있어서 사람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막상 달리니까 몸에서 열이나면서 추위도 가시고, 또 여러명이서 달리니까 흥이 올랐다.

여러명이서 달리니까 보다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제껴가는 맛에 흥이 올랐다고 하는게 맞겠다.

그래서 어느 순간 B조의 하위권까지 접근하게 되었고, 마지막 즈음에는 A조 끝자락까지 따라잡았던것 같다.

새로둔 코스를 달리는 신선함, 따라잡고 잡히는 긴장감, 다른사람들의 신발이나 의상(!?)을 구경하는 흥겨움이 주는 대회 뽕의 덕분인지.. 2시간 5분대로 완주는 물론이고 꽤 괜찮은 기록을 얻었다.

사실은 40분 안쪽으로 들어온줄 알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배번호표가 뜯어져서 그걸 부여잡고 달리느라 속도가 좀 쳐졌다. 그거 1~2분만 좀 땡겼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뛰고 들어오니 종아리, 허벅지, 발바닥 안아픈곳이 없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무릎은 아프지 않았다. 평소 연습했던 안정적인 자세로 큰 무리없이 달린거 같아 뿌듯했다.

근데, 이제 더이상 하프는 못뛰겠다.

기록이 욕심이 나는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욕심만 부리기엔 내 몸뚱이가 말을 잘 안들을거 같다.

준비과정도 너무 고통스러웠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학교도 다시 시작되어야 해서..ㅠㅠ

당분간은 10키로 정도를 유지하며 즐기는 러닝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년 졸업 후 혹시라도 기회가 온다면?? 그리고 내몸이 허락한다면?? 하프는 다시한번 도전해볼수 있지 않을까?

무튼 대회뽕 덕분에 즐거웠던 고구려 마라톤 이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메달과 완주 기록을 소중히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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