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나와는 또 다른 나 (1/2)

거울 밖으로 뛰쳐나간 도플갱어, <블루 혹은 블루>

by 에디터 엉클신

"그때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늘 가지 않은 길을 곁눈질하며 시뮬레이션을 돌립니다. 내 안에는 늘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자아가 숨 쉬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 그 상상을 현실로 끄집어낸 잔인한 실험실이 있습니다. 1편에서는 야마모토 후미오의 소설 <블루 혹은 블루>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또 다른 나'의 실체를 해부해 봅니다.


저자 : 야마모토 후미오, 번역 : 구혜영, 출판 : 펭귄카페, 발행: 2014.01.20. / 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1. 언캐니(Uncanny), 가장 낯선 '나'와의 조우

유학 시절, 캠퍼스에서 저와 꼭 닮은 중국인 유학생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도플갱어를 만나면 반가울 거란 상상은 착각이었습니다. 그를 볼 때마다 느낀 건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과 '혐오'였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소코' 역시 백화점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B)를 만납니다. B는 내가 헤어졌던 옛 연인과 함께 자유롭게 살고 있죠. 결혼 생활에 지친 소코(A)에게 B는 꿈꾸던 이상향입니다.


프로이트는 이를 '언캐니(The Uncanny, 두려운 낯설음)'라고 불렀습니다. 나의 얼굴을 한 타인이 내 눈앞에서 움직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나의 고유성이 침범당했다"는 공포를 느낍니다. 하지만 더 깊은 곳에는 질투가 서려 있습니다. "네가 감히 내가 포기한 행복을 누리고 있어?"라는 질투 말이죠.


2. 파랑새는 없다, 오직 '파랑(Blue)'이 있을 뿐

결국 두 소코는 삶을 맞바꾸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자유로운 삶에는 '고독과 불안'이라는 청구서가, 안정된 삶에는 '권태와 구속'이라는 이자가 붙어 있었습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습니다.


소설의 제목이 <블루 혹은 블루>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를 선택하든 B를 선택하든, 인생에는 필연적으로 우울(Blue)이 묻어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선택'을 했다면 행복했을 거라 믿지만, 그것은 가지 않았기에 아름다워 보이는 착시일 뿐입니다.


3.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소코가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며 깨달은 것은 "어떤 삶이 더 나은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선택한 삶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불완전한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엉망인 내 인생의 장부를 어떻게 정산해야 할까요? 그 답은 2편, 양귀자의 소설 <모순>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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