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나와는 또 다른 나 (2/2)

인생의 장부책을 다시 쓰는 법, <모순>

by 에디터 엉클신

1편에서 우리는 <블루 혹은 블루>를 통해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구원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하나입니다. 이 모순덩어리인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2편에서는 양귀자의 소설 <모순>을 통해, 우리 마음속의 회계 장부를 들여다봅니다.

모순, 양귀자 장편소설, 저자 : 양귀자, 출판 : 쓰다, 발행 : 2025.09.01. / 본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1. 완벽한 삶이라는 '무덤'

주인공 '안진진'에게는 일란성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가 있습니다. 얼굴은 똑같지만 삶은 정반대입니다.

엄마는 시장바닥에서 억척스럽게 살며 치열하게 싸우고, 이모는 부유하고 우아하게,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삽니다.


누가 봐도 정답은 이모의 삶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 뒤통수를 칩니다.


가장 행복해 보였던 이모는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유서에 적힌 이유는 단 하나, "심심해서"였습니다. 결핍이 없는 삶은, 역설적으로 생명력도 없는 '무덤'과 같았던 겁니다.


2. 당신의 장부책은 틀렸다

우리는 왜 내 삶은 불행하고, 남의 삶(혹은 내가 가지 않은 길)은 행복해 보일까요? 안진진은 그 이유를 인간의 기묘한 '계산법'에서 찾습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문장은 비수처럼 날카롭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받은 상처는 '내가 받아내야 할 채권'으로 장부에 기록해 두고 매일 들여다보며 억울해합니다. 반면, 내가 누리고 있는 소소한 행복이나 은혜는 '갚지 않아도 되는 부채'로 여겨 장부에서 지워버립니다.


그러니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늘 '적자'일 수밖에요. 억울함만 가득 남으니까요.


3. 모순을 껴안는다는 것

안진진이 결국 선택한 것은 우아하고 완벽한 이모의 삶이 아니라, 지지고 볶는 엄마의 삶이었습니다. 그것이 비록 피곤하고 모순적일지라도, 그 소란스러움이 곧 '살아있음'의 증거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블루 혹은 블루>의 소코가 자신의 '우울(Blue)'을 받아들였듯, <모순>의 안진진은 자신의 '모순'을 받아들입니다.


4. 또 다른 나에게 화해를 청하며

우리는 늘 '나와는 또 다른 나'를 꿈꿉니다. 유학 시절 제가 만났던 도플갱어, 혹은 소설 속의 또 다른 자아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행복은 '저쪽 삶'으로 건너가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의 장부책을 고쳐 쓰는 것에 있다는 것을요.


상처를 '받아야 할 빚'이 아니라 '치러낸 비용'으로 처리하고,

지금 누리는 사소한 은혜들을 '자산'으로 기록할 때.


비로소 우리는 '또 다른 나'를 기웃거리지 않고, 오롯이 '지금의 나'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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