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인간아!

에세이 ㅣ 운담의 개똥철학

by 운담 유영준




사람 사는 세상, 다양한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누군가는 ‘죽는 것보다 이승이 낫다.’ 혹은 ‘사는 게 지옥이다.’라고 한다.

요즘 사는 게 뾰족한 나를 아내는 타박한다.

“그만 좀 해라. 이제 지칠 때도 안 됐냐?”

순간 얼어붙은 나를 발견한다. 특히 다른 사람보다 아내는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자극해야 곧장 입력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다.


며칠 전 티브이를 보는데 누구나 잘 아는 연예인 아내가 남편과 아들에게 하는 말을 듣고 한참을 공감하고 웃었던 일이 있다.

“안돼. 안돼.”

“하지 마. 하지 마.”

짧지만 단전에서 올라오는 강력한 한마디에 모든 것 담고 있다. 남편의 말이 더 웃겼다.

“완전 얼음이 된다니까요. 귀에서 피가 나와. 아주.”

오죽했으면 그렇겠는가 싶다. 이 말은 남편의 입장에서가 아닌 아내의 입장에서 그렇다. 특히 운전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 이상하리만큼 운전하며 자꾸 말하게 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아내의 단발성 한 마디가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짧고 강력한 한마디에 아프다. 매우 아프다. 정말 아프다.


며칠 전 국민 가게 천 냥 삽 ‘다 있소’에 다녀왔다. 걸어서 10분 거리이기에 운동 삼아 걸어가고, 산책할 때 잠깐 들르는 곳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아이쇼핑보다는 꼭 필요한 것을 적어 사는 편이다. ‘싸니까’에서 사놓고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불필요한 물건을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보관하는데도 한계가 있고, 꼭 필요한 것 같은데 하여튼 쌓여가는 모습에 충동구매를 줄이는 방편으로 메모하고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한다.

인근에 주차장이 넓어 마트가 들어섰는데 두 번째 마트도 손을 털고 나간 자리였다. 그런데 국민 가게 천 냥 삽이 들어선 것이다.



그날은 넓은 주차장에 차도 많지 않은데 국산 고급 차량이 하나밖에 없는 입구를 거의 80%를 막고 있다.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요즘 하도 이상한 일이, 강력범죄들이 있던 터라 뾰족한 마음이 덜컥 불안해졌다. 입구에 들어서며 차량을 빙글빙글 돌아 좁은 입구를 불편하게 나오는 사람을 기다렸다가 매장에 들어섰다. 세 가지 물건만 사면 되기에 후딱 한 바퀴 돌아 물건을 사고 계단대로 향하는데 안내방송이 들렸다. 입구를 막고 있는 차량의 이동을 요청하는 방송이었다.

속으로‘그래, 많은 사람들 불편하니 얼른 차량을 이동해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자율계산대까지 왔는데 여덟 군데 모두 계산 중이라 줄을 섰다. 그런데 그때 뒤에 사람이 내 뒤에 줄을 서는 것 같더니 내 앞에 떡하니 서는 것이다. 몸집은 산적 같은 모습으로 한참 젊어 보이는 삼십 대 후반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그 산적 같은 사내와 나, 둘이 줄을 선 것인데. 순간적으로 내가 줄을 잘못 선 것인지. 아니면 내가 대기 선과 기준을 잘못 잡은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분명 내 발아래에는 대기 선이 노랗게 분명히 있는데 대기 선 옆에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서는 모습에 화가 났다.


‘여보세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줄 선 게 안 보이세요?’

당장이라도 말하려 했다. 그러나 하도 어이가 없고 황당한 일이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산적 같은 그 사내의 등짝을 보고 뾰족한 마음이 뭉그러진 것은 절대 아니다.

‘제기랄, 그렇게 급하면 어제 좀 오지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타이밍을 놓친 탓이다.

자율계산대는 금세 자리가 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산적 같은 등짝이 꼼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옆으로 얼굴을 삐쭉 내밀어 계산대에 빈자리가 얼마나 있는지 보았다. 물론 나의 행동에는 산적 같은 사내의 등짝을 얼른 치워 달라는 무언의 의미를 실어 시각적으로 보이기 위한 행동도 덤으로 포함되었다. 절반의 사람들이 동시에 자리를 비웠는데 이 사내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혹시 전화를 받고 있나? 싶어 뒤통수를 째려봤는데 전화는 개뿔. 옷깃에 아주 살짝 뾰족한 문신이 보였다.


그렇게 수 초가 흘렀다. 속으로‘어쩌지.’하고 고민을 잠깐 하다 그냥 옆으로 비껴가 계산을 하려고 반 발짝을 넘길 찰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이 움직였다. 사내와 옆에서 나란히 계산했다. 나는 어쩐 일인지 오류가 나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 다시 큐알을 찍고 정산했다. 물건이 세 개밖에 안 되지만 조금 시간이 지체되었다. 반면 사내는 두 개의 물건을 사는데 나와 동시에 정산이 완료되었다. 한 발짝 먼저 나선 축구에는 또다시 넙데데한 등짝이 보였다. 느릿느릿 한층 여유롭게 밖을 나서더니 몸을 옆으로 살짝 돌려 매장 입구를 막아놓은 차량 뒤쪽을 빠져나갔다. 물론 매장을 들어오려던 사람들은 산적 같은 사내를 멈칫거리며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사내가 차량 운전석에 문을 열며 차량에 오른 것이다. 갑자기 뾰족했던 마음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고작 물티슈와 화장 솜을 사려고, 저 혼자 편해지려고 넓디넓고 텅 빈 주차장을 두고 입구를 막고 장을 보다니, 화가 났다.


‘뭐 저런 씨팔 놈이 다 있어.’

멈칫 차량에 가로막혀 서 있던 나와 멈칫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 산적 같은 사내와 차량에 레이저를

쏘아댔다. 저도 미안했는지 빠른 속도로 차량을 빼 눈앞에서 사라졌다.


내 말을 전해 들은 아내의 한마디

“저 봐, 저 봐.”

짧고 임팩트 있는 악센트로 저격한다.

오늘도 나는 아프다. 매우 아프다. 정말 아프다.

그 산적같이 대책 없는 인간 때문이다.

‘아, 대책 없는 인간아! 어제 좀 오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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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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