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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log. 결국, 오프라인

팝업의 매력은 어디서 오는가

by Undea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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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무하는 팝업 스토어들을 보면 번식기의 수컷들처럼 느껴진다. 있는 힘껏 깃털을 펼쳐내고 매력을 뽐내지만 사정 후에는 홱 하고 돌아설 것이 분명한 찰라의 몸부림이 연상된다. 동시에 그 재기발랄함과 미련 없음이 부럽기도 하다. 가장 트렌디하고 동시에 가장 원초적인, 그래서 온전히 공간을 느끼기에 앞서 비용과 시간을 짐작해보고 역기획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전시인지, 브랜딩인지, 마케팅인지 모호하게 느껴질 때마다 생각이 복잡해진다.


이 책은 국내 팝업의 시발점이자 대표 주자인 프로젝트 렌트의 최원석 대표가 직접 서술하며 아날로그 마케팅 툴로서 팝업의 역할과 가능성을 어필한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마케터의 자기 포장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동류의 서적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순도 높은 경험치가 담겨 있다. 특히 렌트의 첫 프로젝트인 22days의 추진력과 컨셉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여전히 의문이 드는 부분은 화자는 현대 소비 사회에서 인게이지먼트 마케팅의 유효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기업과 소비자의 인게이지먼트가 과연 어디까지 진심으로 성립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인게이지먼트는 콘텐츠와 결합한 정서적인 경험의 총체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텐데, 결국은 소비자의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고도화된 세일즈의 수단이다. 그리고 모든 비용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한, 상호 관계라기보단 일방 통행에 가깝다고 느낀다. 이 요식적인 행위들이 현대의 소비자에게 매우 유효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소비자의 일인으로서 다소 불쾌하고, 극에 달한 자본주의라 느껴져서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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