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회 작성하고 있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일기가 2주씩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조금씩 따라잡을 요량입니다. =333
그러니까 이날은 굉장히 나가길 고대했던 날이면서도, 동시에 엄청나게 나가기 귀찮은 날이었다.
주 5일 출근이 싫어 프리랜서의 삶을 사는 내가 주 5일 교육장을 나가고 있으니, 집에 있고 싶은 욕구는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도 오늘은 꼭 나가야 하기에…. 한껏 늑장을 부리다 17시 반에야 겨우 G.Map에 도착했다.
G.Map의 거대한 전광판 그리고 더욱더 거대한 구름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으로 오를랑 작가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10여 년 전 기억에 의하면 나와 궤를 같이하는 개념을 추구하는 분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매체나 작업 방식은 변해도 그 개념만큼은 여전히 비슷하신 듯 했다.
존재 모드 그 자체
내 궤는 이를테면 이런 말
그러나 이건 좀 실망….
좋아하는 말들이다.
사진 맛집이어서 여러 장 찍었다.
물론 오를랑 전을 보기 위해 오늘을 고대한 것은 아니다. 바로 광주극장에서 하는 특별 공연 때문.
광주극장을 배경으로 찍은 인디 뮤지션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 영상 속 뮤지션들의 실제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무려 단돈 만 원!
게다가 난 관람권을 사뒀으므로 진짜로 단돈 팔 천 원! 정말이지 이러한 기회는 놓칠 수가 없다.
광주극장 바로 옆에 유명하다는 신락원에서 짜장면 하나 해치우고, 상영 5분 전 내 애착 자리에 안착했다.
솔직히 그저 그랬다.
큰 기대가 없이 본 점도 작용했겠지만, 영화가 생각보다 좋았다. 광주극장의 면면이 잘 담겨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고, 무성영화 시절의 연출을 군데군데 따라 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팬데믹 기간에 찍은 영화인만큼, 아마도 공연이 절실했을 뮤지션 8팀 모두 너무나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다. 모든 노래가 다 좋았지만, 특히 정우라는 뮤지션의 '철의 삶'이라는 노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김일두의 꾸밈없는 인터뷰 내용도 좋았다.
무엇보다 영화의 제목이자, 챕터마다 계속해서 나오는 '버텨내고 존재하기'라는 문장자체가 주는 울컥한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새삼스레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는 주문 같은 말이다.
버텨내고 존재하자.
상영이 끝난 뒤 3층 극장 복도에 마련된 간이 공연 무대
영화의 기획자이자 극 중 마지막 뮤지션이었던 최고은 님
극 중에선 마지막이었으나 실 공연에서는 첫 무대를 장식하셨다. 푸-하-하- 하고 웃는 모습, 솔직하니 인간적인 매력이 인상적이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하지 않나 싶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생일임에도 광주까지 와서 공연하신 까르푸 황 님
너무너무 운이 좋게도 발매 예정인 미발표 신곡을 들을 수 있었는데, 굉장히 굉장히 좋았다. 어떻게 저 가사들을 외웠지? 싶을 정도의 난이도였다. 발매되면 꼭 다시 듣고 싶은 곡이었다. 조 까를로스의 재치, 김간지의 열정 넘치는 멜로디언, 까르푸 황의 맛깔나는 베이스가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키라라 님의 마지막 무대로 마무리
극에 나온 뮤지션은 아니지만, 어떻게 연이 있어 출연해 주신 듯했다. 나도 오랜만에 춤을 췄다. 89년 된 극장 건물이 별안간 클럽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함께 영화를 본모르는 사람들끼리 극장에서 날뛰고 춤을 추는 광경이 낯설고, 어색하면서도 무척 재미있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