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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번의 하루

2024.11.09. 토요일 | 전일빌딩 그리고 반복되는 역사

by 대장

드디어 전일빌딩에 왔다. 크크데이라는 무료 문화 체험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나는 야무지게 미리 신청해 뒀기에 바로 참여할 수 있었다. 덕분에 글라스 아트(Glass art)를 처음 경험해 볼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오려 붙이기 클래스나 다름 없다.
납선 테이프를 잘 붙이는 게 나름의 기술인 듯 했다.
전혀 쓸 데는 없지만 귀여운 도어벨 완성

글라스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글라스 아트라고 명명한 이유에 대한 의아함은 뒤로하고, 전일빌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당시를 겪은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시민들의 일기들을 읽자마자 눈앞이 뿌예졌다. 슬프기도 하고, 화도 났다. 아직도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프레이밍 하는 쓰레기들이 이 땅을 버젓이 걸어 다니고 있다.


전일빌딩 옥상에 오르니 촛불과 피켓을 든 시민들이 조금씩 모여들고 있었다. 전대 후문에는 특검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는 천막이 운영되고 있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서울은 어떠한가 궁금해졌다. 매일 아침 확인하는 인터넷 신문에 어째 기사 한 줄이 나질 않는지. 서울은 정말 조용한 건지. 광주에 있으니 도통 그쪽 소식을 알 수가 없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이어져있는 시대인데도 말이다.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 물어봤더니, 황당한 답장이 돌아왔다.


나 경찰한테 죽을 뻔했어.


이게 무슨 일인지 사진을 보고서는 당최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전일빌딩을 다녀와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참 변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항상 그런 것 같다.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 바뀌어야 할 것은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그에 비해 절대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것들, 끝까지 보존되길 바라는 것들은 어찌나 허망히 없어지는지.


촛불 시위를 위해 토요일에 광화문으로 갔던 게 벌써 8년 전인가? 다시 나가는 일이 없길 바랐지만, 세상사 어디 내 맘대로 되던가. 이것저것 할 일이 있어 잠깐 서울로 올라온 김에 광화문도 슬쩍 들렀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었다. 약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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